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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1 오전 10:14:00 입력 뉴스 > 탐방

[탐방]삼도봉을 넘다
새벽 4시 잠을 깨고 보니 비가 오지 않는 듯



 
   

부항령구간


새벽 4시에 잠을 깨고 보니 비가 오지 않는 듯 사방이 조용했다. 곤히 잠자고 있는 젊은 도반이 깰까싶어 그대로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5시에 일어나니 미스터 왕도 따라 일어났다. 그도 나의 잠을 방해할까싶어 나처럼 누워 있었던 것일까.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배낭을 꾸리고 있으니 요란한 자동차 소리와 함께 남녀 두 쌍 한 팀이 내려 우리가 가려는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밤 내린 비로 젖어 있을 숲이 걱정이었는데 그들이 앞서 가면서 나무 잎에 붙어 있을 이슬들을 모두 털어내 줄 것을 생각하니 무척 다행이다 싶었다.

그들이 떠나고 10여분 후인 5시 40분에 짐을 챙기고 있는 젊은 도반을 그대로 두고 나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가스가 잔뜩 끼어 있어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문자 그대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833.7m봉에서 뒤따라오던 도반이 치고 나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는 내 페이스대로 걸을 뿐이었다. 그저 산길을 따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등산을 시작한지 두 시간 정도 지났으니 부항령이려니 하고 조금 더 걸었더니 조그마한 고개에 젊은 도반이 쉬고 있었다.

   

부항령 봉



부항령이라고 하지만 무심히 걷는다면 그런 줄도 모르고 지나갈 만한 곳이었다. 가스 때문에 도로는 보이지 않고 차 소리만 들리다가 사라졌다.

 

무주군과 김천시를 연결하는 이 터널이 생기고부터 대덕재를 오르내리던 차들이 이쪽으로 몰리면서 대덕재를 넘는 도로는 거의 쓸모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좀더 치밀한 도로계획을 했더라면 확장하고 포장된 지 얼마 안 된 듯한 도로의 방치라는 혈세낭비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예산의 낭비도 문제이지만 50년이나 100년 후를 내다보는 계획은 못할지라도 10〜20년 앞을 생각는 정책만 있었다면 산을 굽이굽이 돌면서 지금처럼 파헤쳐 놓지는 않았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치니 더욱 가슴이 저려왔다.

백두대간의 많은 이름난 고개가 도로를 내느라고 허물고 파헤쳐져 있는데 비해 부항령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그래도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낭이 무거워 좀더 쉬고 오겠다는 젊은 도반을 뒤에 두고 먼저 일어섰다.

이름 있는 재를 넘었으니 오르막일 수밖에 없었다. 능선 중간쯤에서 숨이 턱에 까지 차올라 앞서간 4명이 쉬고 있는 곳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서서 쉬었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들 중 여자 2명은 내가 60대라니까 오기가 생긴 듯 오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질매재까지는 가겠단다. 삼도봉에서 하산하지 않으면 어차피 질매재까지 가야하는 행정(行程)이 아니던가.

그들이 쉬고 있던 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 묘지 옆에서 쉬고 있으니 젊은 도반이 뒤따라와 함께 쉬었다. 대구 팀이 떠나고 얼마 안 되어 그를 두고, 또 내가 먼저 일어섰다.

 

 같이 출발을 해도 배낭의 무게나 체력, 나이 어느 것을 보아도 보조를 같이 하는 것은 무리고, 서로에게 도움 되지도 않았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 자기 편한 대로 산행할 수밖에 없었다.

헬리포트가 있는 1,000m봉에 오르니 대구 친구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고 미스터왕도 뒤쫓아 왔다. 아침 요기로 감자라도 한 개 먹고 가라고 했지만 사양하고 산행을 계속했다. 미스터왕은 벌써 앞서 나아갔다.

 

오르막은 그가 느려도, 평지와 내리막에서는 내가 따라갈 수가 없었다. 백두대간의 마루금은 해발 1,000m를 중심으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10시를 넘으니까 햇볕이 따가워지고 피로가 몰려왔다.

멀리 민주지산과 그 옆의 석기봉이 보이는 1,170.6m봉에 오르니 11시 15분이었다. 얼마안가 헬리포트가 나온 다음 조금 더 가니 산죽(山竹)에 꽃이 피어 있었다.

 

일회 번식 식물인 대나무는 그것이 자라는 토양에 무기 영양소가 결핍되거나 영양성분 사이에 불균형이 생기면 꽃이 핀다고도 하고, 일정한 주기가 되면 핀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멋도 향도 없는 대나무꽃은 주변의 대들과 같이 피고, 꽃이 지면 모두가 죽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꽃이 핀다고 해서 모두가 좋은 것은 아닌 듯 하다.

삼도봉을 향한 마지막 오르막을 앞두고 왼쪽의 안골과 오른쪽의 머구막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삼도봉을 500m정도 앞두고는 너무 지쳐 도저히 오를 수가 없었다. 서서 5분쯤 쉬고 있으니 앞서갔다고 생각했던 젊은 도반이 올라왔다. 안골 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식수가 있긴 했으나 수량이 적어 한 수통 채우려면 20〜30분은 걸릴 것 같아 포기하고 그대로 올라왔단다.

   

덕산재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전라북도가 맞닿은 삼도봉에 오르니 12시 55분이었다. 삼도봉 상징 탑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세 마리의 거북 받침대 위에 세 마리의 용이 검은 공을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었다.

 

견원지간(犬猿之間)처럼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던 영‧호남 사람들과 충청도 양반들의 화합을 다진다는 의미인 듯싶었다.

산 정수리에 탑하나 세워 놓고 몇 사람이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와 만세 부르고 박수 짝짝 치고 막걸리 마시며 화합을 다진다고 오랫동안 쌓여온 갈등이 없어질까.

 

특히 영‧호남의 화합은 이런 요란한 상징물이나 화합을 하자는 구호만으로 이루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지 않던가.

영‧호남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던가. 옛날 옛적 이야기는 접어두고 현대사에서만 찾아보자. 영남과 호남사람사이의 갈등은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여당인 박정희 후보와 야당 대통령 후보로 40대기수론을 내세운 김대중 후보간의 선거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선거 결과는 박정희 후보의 승리였지만 박 후보는 경상도지역에서, 김 후보는 전라도에서 각각 승리해 지역갈등이 증폭되었다고 하겠다.

 

그리고 군사정권 시대의 개발과 인사 편중에 소외감을 느낀 호남 사람들에게 5.18민주화 항쟁은 물에 기름을 부은 듯이 그들만의 결집을 가속화시켰다.

 

그리고 소위 민주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영남의 김영삼과 호남의 김대중, 충청의 김종필이 지지지역을 기반으로 각자의 정치적인 야망을 달성하려는 데서 지역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던 것이다.

삼 김(三金)시대는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났지만 아직도 선거철이면 애향심을 호소하면서 지역 갈등을 부추겨야 당선되는 줄 아는 정치인들이다. 그 잘난 정치인들이 지방 편 가르기를 모르는 민초들을 가만두면 지역갈등은 자연히 없어질 것 아닌가.

마주 보이는 석기봉에 삼 두 마애불이 있고 민주지산까지 능선이 이어져 있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따가운 햇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저기 끼리끼리 모여앉아 점심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경상․전라․충청 세 지방의 화합을 상징하는 삼도봉 탑 주변에서 식사를 할 바에야 끼리끼리가 아니라 모두 한 곳에 둘러 앉아 내 밥 네 반찬을 나누어 먹으면서 같이 식사하면 더욱 좋지 않을까.

   

석교산



우리는 식수가 없는 데다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싫어 삼마골재까지 내려가기로 했다. 등산객이 많아서 인지 공사를 하느라고 그랬는지 하산 길은 꽤나 넓었다. 재에서 바로 시작되는 나무 계단은 급경사였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내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삼마골재에도 물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도에 우물 표시가 있는 왼쪽의 미나미골에서 올라오는 광광객들에게 물었더니 그쪽에는 식수가 없더라고 했다.

 

젊은 도반이 삼마골로 식수를 구하러 내려가 20여분 만에 수낭 가득히 물을 떠왔다.

늦은 점심을 끝내고 14시 16분에 또 내가 먼저 출발했다. 꽤나 많이 내려왔으니 이번에는 가파른 오르막이 기다렸다. 능선에 큰 나무가 없어 오후의 따가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걷는 고행이었다.

 

챙이 긴 모자로 바꾸어 보지만 덥고 땀이 나기는 매한가지였다. 아예 큰 수건을 꺼내 배낭에 매달아 놓고 땀을 훔쳤다. 더위 때문에 그저 길 따라 걷기만 하다보니 17시 15분 화주봉에 올라섰다.

세 곳의 위험지대가 있었지만 모두 어려움 없이 통과했다. 이정표가 거의 없으니 어디가 어딘 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띠지를 따라 걸으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으니 굳이 지도를 꺼내 진행 방향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어 거저 앞만 보고 걸을 뿐이었다.

황간과 김천시를 잇는 질매재 또는 우두령이라고도 불리는 포장도로에 내려서니 19시 35분이었다. 이른 봄이었으면 벌써 어둠사리가 들었을 터인데 옛날 어른들의 표현대로 하자면 해는 아직 한 발이나 남아있었다.

 

1주일쯤 남은 하지(夏至)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그런데 먼저 간 젊은 도반이 보이지 않았고, 대구 사람들을 기다리는 듯한 승용차가 있었으나 운전자가 없어 물어볼 수도 없었다.

우선 야영지부터 찾아야 했다. 능선을 조금 오르니 야영지로 적격인 널찍한 헬리포트가 있었다. 다음은 식수가 문제였다.

 

김천 쪽 도로 아래 내려다보이는 매일유업 김천목장에는 외인출입금지라는 커다란 입간판까지 붙여놓아 아예 포기했다.

흥덕리 쪽으로 내려갈까 하는데 젊은 도반이 물을 길러 올라왔다. 미리 보아둔 헬리포트로 가서 저녁을 해먹고 일찌감치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9시가 훨씬 넘어서야 대구 팀이 도착했는지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졌다.

◇산행메모 6월 16일(맑음) 05:40 산행시작, 07:55 부항령(15분 휴식), 11:13 1020m봉, 12:55 삼도봉, 13:20 삼마골재(미나미 갈림길 점심), 14:16 삼마골재 출발, 14:50 1089m봉, 17:15 화주봉, 18:20 석교산, 19:35 우두령.   <제휴사=경북제일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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