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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2 오후 4:28:38 입력 뉴스 > 조충래논설위원

[연재] 산남의진역사(山南義陣歷史) 25
조충래 전원생활체험학교장 본보 논설주간



일본 제국주의가 을사늑약을 체결하자 민영환 선생은 항거하며 자결하였다. 그의 피가 묻은 옷을 보관하고 있던 마루에서 그의 충절을 기리는 듯한 혈죽(血竹)이 돋아났다. 정용기 선생은 혈죽가를 지어 세상에 퍼트렸다.

 

<혈죽이여 혈죽이여, 피가 루루(縷縷)한데 삼각산 돌로써 낮밤으로 갈고 한강물로써 낮밤으로 씻고 티끌이 날로 더럽히고 풍우가 날로 뿌리어서 아침마다 저녁마다 이 흔적을 없애려 하여도 이 한 줄기의 피는 만고에 더욱 선명하리라.

 

나는 원하기로 이 대[竹]가 오늘 한 자 길고 내일 한 자 길어 길이가 몇 천 자 되면 간들간들한 긴 장대로 해서 세간에 간신들 머리를 걸어서 청천백일 넓은 거리에 춤을 추어서 우리 일반 국민들과 더불어 이 혈죽 노래를 부르도록 하고자 한다.

 

나는 원하기로 오늘 한 가지 낳고 내일 한 가지 낳아서 몇 만 가지를 낳게 되면 마디마디 굳센 화살을 만들어 세간에 어리석고 완악한 가슴을 뚫어서 충신열사의 간담으로써 물을 대어주어서 우리 일반 국민들과 더불어 이 혈죽 노래를 부르도록 하고자 한다.

 

혈죽이여 혈죽이여, 어떻게 하여 운영에 좋은 산가지가 되어 묘당(廟堂)에 묘책을 정하고 어떻게 하여 긴 창이 되어서 변경에 국방을 지키도록 할꼬. 하늘에 물어도 대답이 없어 자못 내 마음만 미치는 것 같다.

 

혈죽이여 혈죽이여, 어떻게 하여 비와 이슬에 우리 나무들이 모두 변하여 이 대로 되도록 하고 어떻게 하여 우리 밭도랑의 풀들이 모두 이 대로 화하도록 할꼬. 땅에 물어도 응답이 없어 다만 내 마음만 등등(騰騰)할 뿐이다.>

 

『산남의진유사(山南義陣遺史)』229P

 

 

 

정용기(鄭鏞基) ② <山南倡義誌 卷下 15~17p>

 

때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있으니 원근의 뜻있는 선비들이 매일같이 찾아와 수레와 말이 문 앞을 가득 채웠다. 이 때는 천하가 크게 어지러운지라 많은 무리들이 곳곳에서 봉기하여 탐관오리를 죽이고 부자들의 창고를 열어 빈민들에게 나누어주니 이름하여「활빈당(活貧黨)」이다.

 

그 한 무리가 마을 어귀의 문을 지나다가 한 부하가 말하기를 “이 땅은 정 도찰사(都察使)의 고향 마을입니다. 토벌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우두머리가 꾸짖어 말하기를 “그 아버지는 도찰사가 되고 그 아들은 대그릇을 짜서 겨우 끼니를 이어가니 지금 세상에 드물게 볼 수 있는 청백리(淸白吏) 집안이다. 너는 어찌 망언을 하여 사람들의 귀와 눈을 미혹하게 하느냐.” 하였다 한다.

 

앞서 국가가 빌린 외채를 갚을 길이 없어 담배를 끊어 저축한 돈으로 외채를 지불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풍속이 각지로 전하여 애국지사들이 궐기하니 이름하여 「국채보상단연회(國債報償斷煙會)」다. 고을 사람들이 추대하여 영천군의 회장이 되었다.

 

상경해야 할 급한 사정이 되어 이태일(李泰一)1) 을 추천하여 회장을 삼고 경성으로 돌아갔다. 나라가 날로 그릇되어가는 것을 보고 비분강개하여 소견서를 적어 의정부에 글을 보냈는데,

 

1.황실을 높이라[존제실(尊帝室)] 2.간사한 자들을 축출하라[축간세(逐奸細)] 3.사술을 금지하라[금사술(禁邪術)] 4.백성을 보호하라[보생민(保生民)] 5.놀고먹는 자를 금지하라[금유식(禁遊食)] 6.잡류들을 축출하라[축잡류(逐雜類)] 는 내용으로 대개 풍교(風敎)2) 를 바로잡는 내용이다.

 

통곡(痛哭)으로서 한국민(韓國民)을 조상(弔喪)하는 글을 지으니, 그 글에 내부대신이 사람답지 못하여 이 백성을 애도한다고 책망하였다.

 

이때에 아버지께 간하여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부공(父公)이 황제의 밀지를 받고서 영남에서 거병하라는 명을 받들어 즉시 남쪽으로 내려오니 때는 광무9년 을사(乙巳:1905)년 12월이었다.

 

고향에 도착하여 이한구와 정순기를 불러 의병을 일으킬 일을 정하고 경고문(警告文)을 지어 세상에 반포하였다. 내용을 대략 말하자면, 공자(孔子)가 춘추(春秋)를 지어 난신적자(亂臣賊子)의 죄를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또, 각지에 통문(通文)을 부치니 매국(賣國)의 불충한 신하들과 맹세를 저버린 이웃나라를 대강 말한 것이요, 초토관(招討官)에게 나라의 중임을 맡아 어찌 매국(賣國)의 역적들을 토벌하지 않고 죄 없는 우리 백성들을 죽이려는가 하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

 

고시문(告示文)을 지어 농민들이 안심하고 가업에 힘쓸 것을 권하고 각지에 사람을 보내 명사(名士)들을 불러들였다.

 

(계속)

 

 

각주)

 

1) 이태일(李泰一) - 1860년(철종 11)-1944. 한말의 성리학자. 자(字)는 삼수(三搜), 호는 명암(明庵), 영천 자양면 용산리에 거주. 1888년(고종 25)에 효렴(孝廉)한 선비로 뽑혀 과거에 응시하기 위해 상경했으나 매관매직이 성행함을 보고 탄식하며 벼슬을 포기할 것을 부모에게 고(告)하고 독서구지(讀書求志)에 힘썼다.

 

1913년 한일합방 유화책(宥和策)인 일황(日皇)의 기념훈패(記念勳牌) 수상자 명단에 그가 들어있는 것을 강력히 배척하고 육산시(六山詩)를 지어 그 받지 못한 뜻을 보이자 왜군이 강압책을 취했다. 하지만 서사문(誓死文)을 지어 대항하니 왜군도 굴하지 않음을 알고 포기했다.

 

저서(著書)로 [정학통록(正學通綠)],[오도가(吾道歌)], [명암문집(明庵文集)]등 외에도 50여 권의 많은 저술을 남겼으며, 영천(永川)의 용산정사(龍山精舍)에 제향. 용산리에 그를 기리는 영천항일독립운동선양사업회가 세운 척장비가 있다.

 

2) 풍교(風敎) - 교육이나 정치의 힘으로 백성을 착하게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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