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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9 오전 10:15:45 입력 뉴스 > 독자기고

[연재소설] 고깔을 쓴다(203)
한관식 작가



이미 그들은 자신의 영토에 허락 없이 들어온 침입자로 간주하고 더욱 맹렬하게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은영이가 쥐어준 야구방망이로 덩치가 황소만한 두 마리 도사견을 내쫓거나, 때려잡는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받아들였다.

 

곧 그런 인정이 더욱 왜소하고 주눅들게 만들었다. 희번득한 눈초리며 큼지막한 발이며 통째로 삼킬 수 있는 주둥이며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구석이 없었다.

 

 

힐끗 은영의 눈치를 봤다. 그녀도 대충 심각성과 위험성을 감지했는지 그다지 채근하지 않고 적절한 해답을 모색하고 있었다. 다만 어두워지기 전에 창고에 있는 발전기 스위치를 올려야한다는 해결방안에 고심했다.

 

이리저리 머리를 모아 봐도 어차피 결론은 버킹검이었다. 야구방망이로 요령껏 자신을 방어하며 오십 미터쯤 떨어져있는 창고로 달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은영이가 큰마음 먹고 돼지고기를 숭덩숭덩 썰어 내게 건넸다. 수류탄처럼 양손에 나눠서 움켜쥐었다. 오른팔 겨드랑이엔 야구 방망이를 꼈다. 약간 웃음도 새어나왔지만 그에 비해 긴장감이 압도적으로 몸 전체를 덮었다.

 

창고 문고리에 나뭇가지로 꽂아두었다는 것이 한없이 위로가 되었다. 자물쇠에 열쇠구멍을 맞춘다고 상상해보라. 체면이고 염치고 상관없이 살고 봐야 하니까 기권을 외쳤을 것이다.

 

짧고 굵은 입맞춤 한번으로 은영이는 나를 사지로 등 떠밀었다. 문을 빠끔 열고 나왔을 때 집안에서 보던 것보다 두 배는 덩치가 커보였다. 후들후들하는 내 다리가 보기 흉하게 들키고 있었다.

 

차라리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고 싶었다. 살아온 세월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회유와 간청으로 도사견들을 설득하고 싶었다. 인간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탐나국의 땅거미는 지고 있었다. 첫 대면하는 노을 진 섬 풍경은 질식하도록 아름다웠다.

 

검정 도사견과 노랑 도사견은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무자비하게 발기발기 찢어버릴 듯 으르렁 거렸다. 문득 기막힌 풍경 속에서 그들의 밥이 되어도 행복할거라는 시답잖은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더 사나울 것 같은 검정 도사견을 향해 고깃덩어리를 먼저 던져주었다.

 

배가 고팠던지, 인간의 손길을 기억했는지 주둥이를 박고 탐닉하고 있었다. 노랑 도사견은 한쪽 손에 들고 있는 고깃덩어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역역했다.

 

망설이지 않고 반대쪽으로 고깃덩어리를 던졌다. 고맙게도 노랑도사견마저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였다. 창가에 서있는 은영이와 눈이 마주쳤다. 잘 들리지는 않지만 입모양으로 나이스를 외친 것도 같았다. 나는 눈썹이 휘날리도록 창고로 달음박질 했다.

 

내게 그토록 빠른 스피드가 있는 줄 예전에는 정말 모르고 살아왔다. 훗날 은영의 표현을 빌리자면 발은 보이지 않고 동그라미만 빠르게 굴러가는 신기를 보았다고 했다.

 

창고문고리에 꽂혀있는 나뭇가지를, 굵고 가는 것을 떠나서 오직 우두둑 뽑아내고 재빨리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살았다하는 뜨거운 외침이 내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창고 안에 있는 곡괭이를 일단 버팀목으로 문에 받쳐두었다.

 

거미줄이 얽히설키 시야를 방해했지만 발전기 스위치를 찾아 전기를 켰다. 세상이 환해졌다. 마치 세상을 구한 것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밖의 동태를 살폈을 때 더더욱 기가 찰 형세로 전개되어 있었다. 검정은 은영이를, 노랑은 나를, 분담마크로 떡 버티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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