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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0 오후 3:28:22 입력 뉴스 > 칼럼&사설

[데스크칼럼]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며…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이곳은 천국이겠지...’라는 노래 가사가 있다. 상상해 본다. 노랫말처럼 세상 사람들이 다 착하고, 모두 예쁘고, 다 공부 잘하고, 모두가 일 잘한다면...

가정의 달 5월이 기울어 간다. 세상의 모든 가정이 화목하고 평화롭다면, 세상의 모든 부부가 연애 하는 것처럼 사랑으로 가득하다면...

얼마전 온라인에서 한동안 화제였던 단어가 '졸혼'이었다. 유명 작가인 이외수씨와, 미스코리아 강원 출신인 부인이 결혼 44년 만에 졸혼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다. 헌신적 내조로 그동안에도 매스컴을 통해 제법 잘 알려진 부인은 “제 인생이 참 괴롭고 고단했다. 더 늙기 전에 집을 나와 무언가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자신만의 인생을 찾고 싶다는 말 아니던가.

졸혼이라는 것의 사전적 의미는 ‘부부가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결혼 형태’라고 돼있다. ‘결혼(婚)을 졸업(卒)한다’는 뜻으로 부부가 서로를 간섭하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사는 생활방식을 이른다. 졸혼은 혼인 관계가 완전히 깨져 남남이 되는 이혼과는 관계만은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황혼이혼 또한 1990년대 초반에 생긴 신조어로 오랜 기간 결혼생활을 유지한 50대 이상의 부부가 이혼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행정처에서 발간하는 2018년 사법연감에 보면 2017년 한해에 이혼한 전체 부부 가운데 30%이상이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하다 갈라서는 황혼이혼이다.

이혼을 할려면 재산분할이나 미혼자녀의 출가 같은 일로 배우자 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법정다툼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복잡하고 골치아픈 문제로 고민을 안해도 되는 것이 졸혼이다. 졸혼은 결혼 상태는 유지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서로의 자유로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게 매력이다. 가족해체에 따르는 리스크도 최소화하면서 자신만의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졸혼 상태의 부부는 대개 정기적으로 만나고 관계는 유지하면서 이혼이 안겨 주는 사회적 부담도 덜 수 있어 편하다.


반면에 장기간의 졸혼이 별거로 간주돼 조정이나 재판에서 ‘혼인관계 파탄’의 근거가 돼 불리할 수도 있다는 점과 갑작스런 사고 발생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것, 그로 인한 외로움, 경제적 부담 등이 단점이다. 어쨋거나 앞으로 결혼이라는 틀은 깨지 않고도 각자 자유롭게 생활한다는 점에서 졸혼을 선택하는 부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결혼식 주례사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던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의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 부부간의 의무감이나 책임감 같은 윤리, 도덕이, 시대 상황이나 사회양상의 변화에 알맞지 않다는 공감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결혼이 '평생'을 담보로 하는 결합행위가 아니라, 적당한 기간의 잠정적 결합이라는 생각이 빠르게 밀려왔다고 할 수 있다. 졸혼이란 단어가 수면위로 떠올랐으니 앞으로 휴혼(休婚)이라는 말도 나올 듯하다. 담배 피우다 끊은 사람이 다시 피우듯 혼인관계도 수틀리면 잠시 쉬었다 다시 이어가는 여반장같은 일이 되는건 아닌지 자못 궁금해진다. 혼인에 대한 선택지는 다양하다. 부부간의 충분한 공감과 합의만 전제가 된다면 어떤 일이라도 없으란 법이 없다. 

결혼이 그렇듯 졸혼 또한 축복이 될지, 인간관계의 냉정함과 가족의식의 붕괴를 의미할 것인지 아직은 뭐라 말하기 어렵다. 어느 한쪽에서는 부부문제를 푸는 새로운 솔루션의 탄생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쪽에선 황혼이혼의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이것은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고령사회의 한 단면이지만, 가정 생활도 민주화에 따라 서구식 가치관에 따른 변화의 영향이라 생각한다. 이전과 같이 인내하며 안정적인 방식으로 살 것인가, 좀 더 새로운 나만의 방식으로 살 것인가. 많은 이들이 오래 전부터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질문을 ‘졸혼’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환기시켜 주고 있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는 5월이다. 가정은 우리 삶의 원천이며, 편안한 휴식처이자 사회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초 공간이다. 근래 이런 소중한 가정이 점차 해체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가정의 해체는 곧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지상 낙원이어야 할 가정이 지옥이 돼서야 되겠는가. 가정해체의 이유는 성격차이나 경제적인 문제, 가정폭력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현재도 진행형이다. 가정해체를 극복하는 방법은 구성원들의 소통과 배려, 사랑이다. 가정이 원만하고 건전하지 않다면 무슨 일도 잘 할 수가 없다. 제 아무리 대단한 성공을 거둔이라 하더라도 가정의 울타리가 무너지면 행복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열두 효자도 악처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분주한 세상속에 살지만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만은 가져보자. 행복 가득한 탄탄한 가정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며, 가정이 화목해야 사회도, 국가도 행복해진다는 평범한 진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회를 유지하는 기초 단위로서의 무너지는 가정만은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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