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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4 오후 12:48:29 입력 뉴스 > 칼럼&사설

[데스크칼럼]나랏돈 먼저보는 사람이 임자인가



지난주에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인구 5천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인 ‘30-50클럽’에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진입했다는 성과도 덧붙였다. 하지만 외형적 성적만 보고 기뻐하기엔 아쉬운 대목이 많다. 화려한 수사를 피부로 느끼는 국민이 몇이나 되며 특히 우리 지역에서 이런 소식에 동의하는 주민은 과연 몇일까 생각해 본다. 빈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과 봄이와도 얼어붙은 경기에 힘겨워 하는 서민들은 허울좋은 숫자놀음에 관심도 없다.

나랏돈은 경우에 따라 눈먼 돈이란 오명이 붙어 있다.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란다. 나랏돈을 축내는 수단이야 다양하지만 그중에 가장 흔한 게 국고보조금 유용이다. 사실 행정에서 그 많은 사업을 철두철미하게 감시한다는게 물리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 예산이 샌다.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렸있다. 그러니 그런 말이 나오는거다. 한 예지만 복지분야만 봐도 전달체계를 바로잡을 것을 수차례 강조해도 일선 현장에선 별의 별일이 다 벌어진다. 사망자한테 복지비가 지급되는 일도 있고, 엉뚱한 사람에게 기초생활수급비가 지급되기도 한다. 이러니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빠질 수도 있게 된다. 작년에 밝혀진 장기요양기관의 운영비 비리에는 대표자 급여와 고급 외제차 리스비, 골프장이용료, 각종 유흥비 등이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준적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정직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지만 현실은 이런 사람들보다 영악한 사람들이 잘사는 세상이다. 무한 경쟁이 허용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럴 수도 있다. 그들은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조롱한다. 만성이 되어 양심의 가책도 없다. 그것조차 능력이라고 항변하면 할말은 없다. 그러니 승자독식, 먹는 사람들만 줄창 먹어대고 결과는 부의 쏠림현상이니, 양극화 이야기가 쏟아진다. 청렴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해도 양심 속여가며, 교묘하게 피해 가기만 하면 된다.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에서 “신의 직장” 속의 공직자와 약싹빠른 업자가 나랏돈을 쌈짓돈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고선 자기들끼리 소리없이 만세를 부르고는 두꺼비 파리잡아 먹듯이 표정관리 중이다. 공직의식이 마비되니 주민을 눈아래로 여기며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노래가사처럼 ‘뭐 어쩔래, 해볼테면 해봐라’는 태도다. 웃긴 거지만 한때 대통령 후보였던 허 모씨의 말처럼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너무 많아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도 실감 못하는 국민이 태반인 지경은 아닌지 묻고싶다.

최기문 시장도 이번달에 열린 직원 정례회 자리에서 각종사업관련, 특정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를 문제 삼고 나섰다. 그로 인한 다른 경쟁업체와 시민들로부터 의혹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온정주의나 연고주의의 관행 또한 여전하다. 모르긴 몰라도 공직자와 결탁해 밥 사주고 술 잘 사주며 돈 잘버는 소수의 영악한 업자가 있다. 그들이야 꿀통에 호스를 댄 듯 꿀이 주르르 흐르고 불경기를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다수의 정직하고 성실한 업자나 소상공인들은 불신과 분노게이지만 올라갈 뿐이다. 삶의 의욕은 꺾이고 상대적인 박탈감만 늘어나게 된다. 밥과 술 사주고 돈봉투 찔러준 업자는 본전생각 날 것이고, 소금먹은 놈이 물켠다고 그 업자를 또 배려해야 되지 않겠나. 모두가 그런건 아닐테지만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나마 사회는 많이 투명해졌고 주민들의 눈높이도 높아져 더이상 사소한 부정이나 부패도 용납되는 시대가 아니다.

세계적인 복지국가로 알려진 덴마크나 스웨덴, 핀란드 등의 나라가 인정받는 데는 중요한 한가지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고 깨끗한 정부를 가진 나라라는 점과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점이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매년 발표하는 부패지수 조사에서 항상 ‘세계에서 가장 부패없는 국가’중 하나로 꼽히는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들은 조세부담률 또한 상대적으로 높다. 덴마크의 경우 우리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조세부담률이 높지만 별다른 조세저항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라면 그만큼 정부에 대한 믿음이 뒷받침 되니까 가능하다. 부패없고 투명한 정부를 국민들은 전폭적으로 믿고 따른다. 거기에 힘을 얻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필요한 세금을 거두고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반면에 우리는 어떤가. 부패하고 투명하지 못한 정부에 국민들은 끝없이 불신의 눈초리를 보낸다. 세금내는 것에 대해 늘 아까움과 저항을 보이고 수준 낮은 복지와 불평등의 심화만 가져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다.

최 시장이 지역 업체에 골고루 일감이 나누어지도록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했다니 늦었지만 적절한 지적이라 생각한다. 공직자들의 기본 마음만이라도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골고루 잘먹고 잘사는 데에 닿아 있었으면 좋겠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하늘을 우르러 한 점 부끄럼이 없어야 그게 바로 청렴실천이다. 나랏돈도 절대 먼저보는 사람이 임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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