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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8 오후 5:01:39 입력 뉴스 > 칼럼&사설

[데스크칼럼]-렛츠런파크 영천과 트로이목마



금호읍 교대사거리에서 청통면 대평리 방향, 즉 사일못으로 가는 길은 시골길이지만 뜬금없는 6차선 도로가 뻥 뚤려있다. 처음보는 사람들은 대개 의아해 할 것이다. 경상북도와 영천시가 렛츠런파크 영천(영천경마공원)의 진입도로로 사용하기 위해 2013년에 착공해 작년 11월에 완공한 도로다. 경마공원 개장에 맞추느라 진입로 공사는 끝냈으나 결국은 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고 김치 국물부터 마신 격이됐다.


 이와 함께 한국마사회가 레저세 감면 이행담보와 경마사업 환경변화 등을 이유로 착공을 연기하면서 당초 협약을 무시하고 사업규모도 대폭 축소해 지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고, 경북도와 영천시는 마사회의 착공 지연으로 온갖 민원제기와 행정불신, 재정상 손실 등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 거의 반쪽짜리 상태의 1단계 사업 시행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법령을 위반해 30년간 50%의 레저세 감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렛츠런파크 영천 사업은 결국 2단계로 가지도 못한채 죽도 밥도 아닌 흉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불신과 우려가 가득하다.

렛츠런파크 영천을 취재하러 다니다 보면 해묵은 이야기지만 애초 2009년 말 유치를 확정할 때부터 실시설계에 들어간 최근까지 끊임없이 과연 이 사업이 우리 지역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를 두고 찬반 양쪽으로 나뉘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찬성쪽과 반대하는 쪽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약간의 논리의 비약은 있으나 문득 떠오른 것이 트로이목마 이야기다.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트로이 목마’는 그리스가 트로이 지역을 함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록에 따르면 그리스군은 10여 년간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해 퇴각하는 척하면서 거대한 목마를 남겼다. 트로이는 목마를 승리의 상징으로 여기며 성에 들여왔고, 종전을 기념하는 축제를 벌였다. 이후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목마 속에 숨어있던 그리스 병사들은 트로이의 성문을 열어 아군을 맞이했고, 트로이는 결국 함락됐다.


 한국마사회 이사회 회의록을 봐도 레저세 감면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마사회가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1차로 1천570억원을 투자해 개발하고, 지자체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2단계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레저세 감면’이라는 달콤한 제안이 있었기에 영천을 선택한 것뿐이라는 이야기이고, 3차 협약에서도 레저세 감면 보장 등 법적 문제가 해결돼야만 2단계 사업을 진행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래서 최근 지역 정치권과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원안대로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그렇지 않을 경우 ’경마공원 전면 사업 포기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쉬운 것은 전임 시장이 맺은 1, 2차 협약에 대해서는 그렇다치고 지난 8월에 체결한 1단계 사업에 대한 3차 협약은 현 최기문 시장이 좀더 신중함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대목이다. 이 말은 취임한 지 채 2개월도 안됐을 때인데 공청회 등을 거쳐 지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보고 협약에 응했어도 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그랬으면 현재와 같이 주민들이 분노와 배신감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고 여론 또한 엇갈리지 않았을 것이다.

 

조창호 영천시의회 부의장의 말처럼 영천시가 주민들에게 경마공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고, 의회의 의결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어물쩍 협약을 체결한 것이 더 나쁘다. 

 

 물론 전임 시장이 벌여 놓은 것이고 막대한 예산이 이미 들어갔다. 하지만 사업의 거품과 실체가 드러나고 있으니 이제라도 현 시장은 슬기로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민들의 혈세를 투입하여 개발한 사업들이 소기의 목적한 데서 거꾸로 가고 있다면 당연히 그 사업은 접는게 도리다. 우리의 미래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세금먹는 하마꼴은 되지 않아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할 지 궁금하지만 이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기문 시장의 현명한 지도력이 필요하다.

 겉으로 보기에 우리에게 굴러온 선물 같지만 그 안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지역의 기반을 총체적으로 위협할 비수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잘못된 선택 하나 때문에 지역의 경제도, 민생도 다 놓칠지 모르는 위기 상황이다. 우리 지역 현재의 갈등은 과거 적군을 섬멸시켜 승리하는 트로이전쟁과 다르다. 마지막 칼자루는 역시 지역민들의 여론이 쥐고 있다. 렛츠런파크 영천 사업추진이 1단계에서 끝나거나 실패로 이어진다면, 경북도도 영천시도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수밖에 없고 행정불신과 상실감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용두사미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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