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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오후 12:43:32 입력 뉴스 > 칼럼&사설

[데스크 칼럼] 디테일의 악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은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가 세부사항 속에 숨어 있다는 의미다. 가령 북한과 미국이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한뒤 다시 개최된 고위급 회담에서 핵심 쟁점인 비핵화를 둘러싸고 서로 이견을 드러낸 적이 있다. 바로 비핵화를 위한 조치 이행을 위해 ‘디테일의 악마’가 작용한 것이다. 이 말은 잘 나가던 협상이 세부조항 암초에 걸려 결렬될 위기에 있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사소한 결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손을 쓰지 않으면 큰 재난을 당하게 된다는 것 쯤 으로 이해하면 될까.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이 걸린 비핵화 매듭을 우선적으로 풀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디테일의 악마’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합의가 어려울 것 으로 생각지는 않지만, 목표를 어떻게 실현화 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테일의 악마,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과제” 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도 오랜 기다림 끝에 그 실현 가능성을 눈앞에 두 고 있기는 하지만 남과 북의 합의만으로 보장되지도 않고 주변 강국들 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많은 변수가 가로 놓였다. 예상치 않은 일로 삐걱거릴 수도 있고, 국가를 대표하는 정상들은 큰 틀의 합의만 이끌어 내고, 디테일의 문제는 실무자들에게 맡겨 ‘숨어있는 악마’를 분명히 찾아 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례가 지역에도 있어 상당한 관심을 가지게 한다. 별빛중학교 유치 경쟁당시의 이야기가 최근에 지역간의 갈등요소로 등장하여 향후 해결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별빛 중학교 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고경면유치추진위원회가 유치경쟁 당시 학교가 고경면에 유치되면 1억원 의 장학기금을 기부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것이고, 최근 그에따른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설립추진위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고경면추진위원회가 현장부지 설명과 교육청 설명회에서 “고경면에 학교가 유치된다면 1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이 공약이 투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고경면으로 최종 선정됐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학교가 개교한 이후에도 고경면유치추진위원회의 장학금 기부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고경면유치추진위원회의 실체도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별빛중학교 설립추진위원회는 이 문제와 관련해 수 차례에 걸친 회의를 진행하면서 고경면 설립추진위원이었던 사람들에게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해 장학금 기부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최근에는 연락조차 원만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당시 고경면의 유치추진위원을 맡았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유치경쟁을 시작한지 10여일 정도만에 투표로 최종 결정됐고, 이후 고경면추진위원회는 경황없이 해산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그와 관련돼 남은 회의록이라든지 자료가 없어 딱히 뭐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유치경쟁 당시에 타 면 지역의 유치추진 부위원장들한테 물어보았다. 당시 1억 장학금 기부약속 당시 회의록이나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기록한 문서가 있느냐고. 없단다. 1억이라는 거금을 기부약속하는데 구두로 하다니 될 말인가.


 바로 이럴 때 악마는 디테일에 있으니 돌다리도 두드려봐야 하고, 유리그릇처럼 조심스럽고 깨알같이 다루어야 한다는 말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유치경쟁이 한창이던 당시에는 급한 김에 재원마련을 위한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덜컥 일을 저질러 놓고보는 식의 배짱과 그런 미숙한 장밋빛 공약에 흔들려 유치결정을 내렸던 사람들, 그리고 그에 부화뇌동했던 주변인들 모두가 공동 책임이 있다.

 

장학금 1억의 빅딜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물론이고, 합의 이후의 실행과정에서 디테일의 악마는 순간순간 위력을 발휘하지를 못했고, 중요한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긴장을 늦춘 꼴밖에 안된다. 그러나 숨어있는 악마와 숨어든 악마는 구별해야 한다. 악마가 디테일에 숨은 것인데 다른 면의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것이라면 무능이겠지만, 금전이라는 사익을 위해 교육의 역사를 바꾸는 일을 방해하는 일부세력들은 디테일에 숨어든 악마다. 디테일이 원칙과 목표를 흔들지 못하도록 치밀함과 유연함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숨어든 악마들이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빌미를 주지 않게 여론을 형성하고 지역 사회 분위기를 올리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해당지역의 각종 사회단체와 지도자들이 당시 내놓았던 공약을 다시금 돌아보고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이를 바라보는 영천시민들의 증오스런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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