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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2 오후 7:07:50 입력 뉴스 > 정만진논설위원

[yci칼럼]누군가 할 일이면
정만진 논설위원



▲ 정만진 논설위원(의사, 수필가).

필자는 직장 관계로 밤중에 영천에서 청송으로 차를 몰고 가고 올 때가 많다. 일요일 오후 10시경, 수몰지역을 우회하기 위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화북면 보현산 댐 옆길. 차도 사람도 없는 잘 다듬어진 2차선 국도에 빨간 신호등이 나타났다.

 

빨간 불이니 당연히 정지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이 시간 이런 곳의 신호등까지 지켜야 하나 하는 갈등이 마음속에서 꿈틀거린다. 그래도 신념에 의하여 굳어진 습관에 따라 빨간불이 파랗게 바뀔 때까지 정지를 한다. ‘이런 곳에는 밤중까지 신호등이 작동할 필요가 없는데, 누군가 신호등을 경계등으로 바꾸자고 건의하겠지하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도 보현산 댐 옆길의 신호등은 한 밤중에도 빨간불 노란불 파란불을 쉼 없이 반복하며 반짝이고 있었다. ‘누군가 하겠지하는 희망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또 몇 달을 보냈다.

 

그러던 중 행정자치부와 전국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생활불편 스마트폰 신고'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앱(application)을 나의 스마트폰에 깔았다. 그런 후에도 또 한참이나 지난 후에 다시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외딴 곳 그 신호등 앞에 오니 여전히 빨간 불이 들어오고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불편을 참을 수 없어 다음날  '생활불편 스마트폰신고 앱'을 가동시켰다. 그런데 그 스마트폰 앱의 신고는 위성위치 확인 시스템(GPS)을 이용하게 되어 있어 영천의 불편신고지만 청송 지역에서 신고를 하면 청송군청으로 접수가 되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신고는 청송에서 하지만 영천의 불편 사항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면서, 보현산 댐 옆길에 있는 신호등을 오후 8시 이후부터는 신호등이 아니라 경계등으로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사항을 설명하였다.

 

오후 8시경에 청송군에 불편신고를 했는데 다음날 청송군청에서 영천시로 이첩했다는 문자 연락이 왔고, 다시 하루가 지나자 영천시청에서 관할 영천경찰서로 다시 이첩하였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다시 1주일이 지나자 영천경찰서 담당자로부터 현장답사를 한 결과 신고자의 불편신고가 타당하여 그곳의 신호등을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신호등이 아닌 점멸 경계등으로 바꾼다는 문자 연락이 왔다.

 

청송군청, 영천시청, 영천경찰서 등 3개의 기관을 거치고 현장 답사까지 하여 불편사항을 바꾸는데 10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유관기관 간의 유기적인 연락으로 신속하게 불편을 해소하고, 그 과정마다 경과를 알려주는 문자를 보내주는 스마트 행정을 경험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이제 늦장 행정이라는 말은 과거의 유물이 된 듯하다. 이 기회에 이렇게 신속한 처리를 해준 기관들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필자의 지인 카카오톡 화면에는 누군가 할 일이면 내가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 하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기쁘게 하고, 언젠가 해야 할 일이면 지금하자.”라는 문구가 뜬다. 참으로 좋은 말이라 생각되어 그 어원을 찾아보니 과거부터 여러 사람이 했던 말을 어느 작가가 통합 정리한 것이었다.

 

우리는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보거나 들으면 누군가 하겠지하며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에 의하여 개선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런데 그것이 개선될 때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끝까지 개선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 답답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 선거구획정을 아직까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제 413일 선거일까지 60여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선거구 확정하나도 못하다니 말이 되는가? 선거일이 코앞인데 언제 할 건가? 여야 모두 상대방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모두가 비난받아 마땅하다.

 

생활불편신고처럼, 당쟁과 파벌, 정치계의 변혁도 누군가 하겠지하고 마냥 기달 수 없다. “누군가 하겠지가 아닌 이번에 우리가 해야 한다.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나라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들을 한 표의 힘으로 걸러내야 한다.

 

필자는 신호등에서 경계등으로 바뀐 그곳을 지날 때마다 흐뭇한 기분이 든다. 내가 그 신호등의 불편함을 바꿈으로써 빨간등을 보고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범법행위를 예방할 수 있었고, 나도 그러고 싶었던 마음의 갈등을 없앨 수 있었으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처럼 꽉 막힌 정치계의 불편함을 우리의 한 표로 개선해야 한다, 정치계의 불편함을 생활불편 스마트 신고로 해결할 수 없으니.

 

누군가 할 일이면 내가 하고, 언젠가 할 일이면 지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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