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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1 오전 10:19:23 입력 뉴스 > 조충래논설위원

[yci칼럼] 메르스가 삼킨 순국선열의 혼(魂)
조충래 논설위원



▲ 조충래 전원생활체험학교장

화랑정신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 중에 가장 약소국이었던 신라가 삼국통일의 대업을 성취하는 동력이 되었다.

 

충절의 고장 우리 영천의 화랑정신은 고려 말 정몽주의 충절를 낳았고, 정몽주의 충절은 조선의 임란 의병의 횃불로 타올랐으며, 임란의병의 혼은 대한제국이 일제의 침탈로 국권을 빼앗길 상황에 이르자 백학서원 출신의 열혈청년들과 산남의진의 순국선열들로 그 정신을 이었다.

 

산남의진은 영남을 대표하는 항일의병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에게 매우 생소하다. 그 당시 의진에 참여했던 정환직, 정용기, 최세윤 대장과 우재룡 선생 등 여러분들이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고, 2009년에 산남의진기념사업회가 발족되어 선양사업을 해 왔으나 영천시민 뿐만 아니라 의진의 발상지인 자양면민이나 충효리 주민들도 산남의진이라는 단어조차 생경스러워 하는 실정이다.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은 나라를 통째로 들어 일본에 바치고 많은 친일파들이 매국행위를 함으로서 자신의 집안을 보호하고 그 자식을 유학시켜 지식인으로 만들었다.

 

그와 반대로 의병진영에 참여하여 순국하거나 이후 만주 등으로 가서 독립군으로 활동하는 등의 애국지사들의 자손은 어려운 가정환경에 힘들게 성장하고 교육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해방 후에도 제대로 그 공로를 인정받고 보상을 받을 기회가 부족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애국지사들을 발굴하여 애족장, 건국장 등등의 훈장은 수여하였으나 정작 그 후손들에게 공훈에 맞는 대우를 하지 않다.

 

을사늑약 후 일제의 이빨이 드러나자 고종황제의 밀명을 받은 정환직 선생이 아들 정용기를 내세워 태백산맥 이남을 통칭하는 산남(山南)의 의병을 일으켜 한양수복을 목표로 무장투쟁을 전개하게 되는데, 이 산남의진 초대 대장인 정용기 장군은 전사하고 그의 아버지이면서 2대 대장인 정환직 장군 또한 일본군에 피체되어 조양각 아래에서 처형당한다.

 

그럼에도 의진은 해체되지 않고 거동사에 모여 앞서 전사한 영렬들의 위령제를 모시면서 최세윤 선생을 3대 대장으로 추대하여 다시 항전한다. 전적을 살펴보면 24고을 79명의 의병장이 임명되고 의병사상 최초로 군가 산남의진가를 지어 부를 정도로 그 의의가 지대하다 할 수 있다.

 

정환직, 용기 두 부자의 묘소는 검단리라는 지명에서 두 분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개명된 충효리에 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 장군의 묘소는 타인 명의로 되어 있었다. 정환직 장군의 순절 후에 순국 장병의 위령제를 지내고 다시 의진을 일으킨 사실을 인정하여 국가보훈처가 현충시설로 지정한 거동사 혜신 주지스님에 의해 산남의진기념사업회가 사들였지만 지목이 농지라는 이유로 법인의 소유가 되지 못하고 그나마 후손의 소유로 돌아왔다.

 

묘소에서 100m 떨어진 곳에 두 분을 기리는 충효재가 있는데, 부지나 재실의 규모, 그리고 관리의 측면에서 조악하기 그지없다. 비석은 한자로 씌여져 일반인들이 간혹 들러보지만 그 행적을 읽어보기가 심히 어렵다. 뜰에 세워진 정환직 장군이 고종황제로부터 받은 밀명을 받들어 의진을 일으키게 된 동기가 된 짐망(朕望)”이라는 비석 또한 해설사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그 의의를 알기 어렵다.

 

올해 들어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TV에서는 임진왜란을 다룬 징비록을 드라마로 주말마다 방송 중이다. 얼마 전에 경북 도의회에서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걸자고 의원이 발의하였고 도청은 태극기로 도배했었다. 중앙정부가 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도발로부터 독도를 수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산남의진의 선양작업이 새로운 각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사단법인 산남의진선양사업회가 나름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일은 결코 민간의 차원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거국적인 차원에서 충효재와 두 장군의 묘역을 성역화해야 한다.

 

교과서에 산남의진 의병활동을 등재하여 학생들에게 그 의의를 가르쳐야 한다. 책자도 제작하여 보급하고 뮤지컬이나 드라마를 제작하여 공연하고 방영해야 한다. 추모재와 전적지 순례의 규모를 확대하여 지원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그 정신을 일깨워야 한다.

 

61일이 의병의 날로 제정된 지 다섯 해를 맞이하지만 산남의진을 아는 사람이 드문 것처럼 의병의 날을 인식하는 사람도 극히 소수다. 게다가 메르스라는 질병이 2015년의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완전히 삼켜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선열들의 정신을 망각한 탓에 이 틈을 노리고 병역의무를 저버린 총리가 제대로 된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그 자리에 임명되었고, 성완종 리스트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정치는 혼란하고 경제는 엉망이라 나라 전체가 도탄에 빠졌다.

 

메르스는 곧 사라지겠지만 잃어버린 혼은 어디에서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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