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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31 오전 8:20:32 입력 뉴스 > 정만진논설위원

[yci칼럼] 우아한 삶과 품위 있는 죽음
정 만진 논설위원



▲ 정만진 논설위원

                      (의사, 수필가).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도 멋있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

 

전국노래자랑의 명 사회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송해씨는 19274월생으로 올해 88세지만 아직도 신바람 나게 사회도 하고, 두주불사의 멋을 부리고 있으며, “이게 멉니까?”라는 말을 유행시킨 연세대학교 김동길교수는 192810월생으로 87세지만 종편 방송에서 낭만논객의 시사평론가로 정문일침(頂門一鍼)의 논평을 하고 있다.

 

앞의 두 사람보다는 나이가 어리지만(?) 19363월생으로 79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활발하게 방송과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엄앵란씨도 우아한 노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처럼 유명인사는 아닐지라도 90세가 넘은 할머니들이 심심찮게 방송에 나와서 훌라후프를 돌리고 도끼로 장작을 패고 요가의 어려운 동작을 시연하고 젊은이와 팔씨름을 하여 이기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과거에 생각하던 90대 할머니들과는 너무나 다르게 활발하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건강 100세 시대가 단순히 꿈이 아니라 우리 앞에 이미 도달한 느낌이 든다.

 

아무리 건강하게 살아도 인간의 삶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201212월에 우리나라에도 개봉된 아무르(Amour : 사랑이라는 불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늙은 남편의 이야기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유명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전직 음악가인 80대 노부부가 평화롭게 살다가 어느 날 아내가 발작을 일으키고 반신불수가 되었다.

 

그러나 늙은 남편은 변치 않는 사랑으로 지극정성 돌보지만 아내는 식물인간이나 다름없게 된다. 그래서 결국 남편이 아내를 베개로 얼굴을 압박하여 질식사에 이르게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그런데 지난 122일 서울에서 영화 아무르와 너무나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단둘이 금실 좋게 살던 A(70)씨 부부는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어려울 것이 없었다. 그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였으며, 자식들과 왕래도 잦았으나 2013년 아내 B(68)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부부의 평온함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이후 B씨는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식물인간 상태였다. 결국 A씨는 아내를 퇴원시켜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제초제와 살충제를 섞은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 부부가 함께 삶을 마감하기 위하여 철저히 계획한 일이었다고 한다.

 

영화 아무르가 삶과 죽음에 대한 상징적 물음을 던졌다면 이번 서울의 노인 부부 사건은 우리에게 현실적인 이슈를 던진 것이다. 사람이 멋있고 행복하게 평생을 사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우아하게 죽는 것은 더 힘들다. 그렇다면 어떻게 품위 있게 삶을 마감할 것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죽음과 관련하여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언장이나 장례의향서는 물론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도 싫어한다. 특히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더욱 그렇고,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은 아예 금기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존엄사나 안락사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가 되었다.

 

201210월 동아일보가 보도한 존엄사 찬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무의미한 연명 치료에 대하여라는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 49.3%이고,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에 대하여 72.3%가 찬성하였고, 27.7%가 반대하였다.

 

반대의 이유로는 생명은 존엄한 것이므로 인위적으로 어떻게 해서는 안 된다가 54.5%, 생명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 21.7%였다.

 

위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 절반이 연명치료에 대하여 알고 있고, 그중 70% 이상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에 찬성하고 있다.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어쩌다 친구들끼리 존엄사나 안락사에 대하여 이야기가 나오면 절대다수가 무의미하게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한다.

 

자신이 자신의 몸을 추스르지 못하면 삶의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실제 상황에 부닥치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서울 칠순 노인의 아내 살인 사건이 생긴 것이다.

 

우아하고 멋있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품위 있게 삶을 마감하는 방법도 한번은 생각해 봐야 한다,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갈등이나 후회가 남지 않는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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