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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30 오전 9:56:37 입력 뉴스 > 정만진논설위원

[yci칼럼]혈압 측정, 잘못하면 환자 된다
정만진 논설위원



▲  정만진 논설위원

   (의사, 수필가).

고혈압을 일컬어 소리 없는 저승사자, 또는 침묵의 살인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여져 있다. 또한 고혈압은 우리나라 30세 이상 인구의 30%가 가지고 있는 가장 흔한 만성질환이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환자가 아닌데 환자의 누명을 쓴 억울한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고혈압은 조용하고 평온한 상태에서 수은 혈압계로 사람이 측정하여 수축기 140mmHg, 이완기 90mmHg 이상일 때를 말하며, 수축기 139mHg, 89mmHg 이상을 고혈압 전단계라 한다.

 

필자는 수년 전 체용 신체검사를 받기 위하여 종합병원에 갔다. 그때가 초겨울이라 두툼한 옷을 입었고, 병원까지 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갔다.

 

신체검사 용지를 들고 이리 저리 다니면서 피를 뽑고 가슴 사진을 찍은 후 가정의학과에 가서 혈압을 측정하였는데 150mmHg/100mmHg로 고혈압이라는 것이었다. 10여 분 후에 다시 측정해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나는 원래 110mmHg/65mmHg 정도로 저혈압인데 갑자기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받으니 황당하였다.

 

어쩔 수 없이 담당의사에게 내가 의사라는 신분을 밝히고 나는 저혈압인데 빠른 속도로 걸어 왔고 여기 저기 검사를 하는 동안 약간 흥분되어 혈

압이 올라간 것 같다고 설명하고 상당한 시간 후에 다시 측정하여 고혈압이 아님을 확인 받아 진단서를 발부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만일에 의사가 아니었다면 꼼짝 없이 고혈압 환자가 될 수 있었다. 내가 혈압이 높지 않은데 높게 나왔다고 의사나 간호사에게 따지거나 화를 내게 되면 그때는 정말로 혈압이 올라간다. 혈압은 흥분을 하거나 운동을 하게 되면 순식간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혈압은 수면 중이거나 활동 중일 때 30mmHg 정도는 차이가 날 수 있다.

 

보통 내과 계열의 병원에 가면 간호사들이 별 생각 없이 혈압을 측정한다. 담배를 피웠는지, 커피를 마셨는지, 급히 계단을 올라왔는지 묻지도 않은 채로 그냥 습관처럼 혈압을 측정한다.

 

그리고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가 넘으면 무심코 혈압이 높다고 말해버린다. “집에서 잴 때는 혈압 높지 않았는데요.”하며 다시 한 번 측정해 보자고 하지만 다시 측정하면 더 올라가게 된다. 혈압에 대한 걱정이 생기고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보건소, 동사무소, 목욕탕, 헬스클럽 등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어디든지 전자혈압계가 비치되어 있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혈압을 측정해 본다.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온 직후에도 무심코 혈압을 측정한다. 이런 전자 혈압계도 유용하지만 수은 혈압계와 오차가 날 수 있다. 그리고 한번 혈압이 높게 나오면 계속 높게 나올 수 있다.

 

전자 혈압계에서 높게 나와 고혈압이 아닐까 걱정하여 병원에 가서 고혈압이 걱정되어 왔다고 하면 흰 가운을 입은 의사나 간호사가 혈압을 측정한다. 수은 혈압계의 부풀어 오르는 부분을 팔에 감고 혈압 측정을 시작하면 혈압이 높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된다. 그러면 10mmHg~20mmHg 정도의 혈압은 쉽게 올라가서 고혈압 환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 혈압을 측정하며 고혈압이 되는 현상을 백의 고혈압(白衣, white gown hypertension)"이라고 한다.

 

진성 고혈압 환자는 약을 열심히 먹어서 심장질환이나 뇌출혈 등의 후유증을 예방하여야 한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도 아닌 사람이 측정을 잘못하여 고혈압 환자가 되어 평생 동안 약을 먹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한번 고혈압 소리를 들으면 고혈압 환자 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무심코 자동 전자 혈압계에 팔을 넣거나 생각 없는 간호사에게 혈압측정을 맡겨서는 안 된다. 운동 후 한 시간 이내,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운 후 30분 이내,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할 때, 병원 계단을 올라간 후 10분 이내(5분이라 하지만 10분이 유효) 등의 혈압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있을 때는 혈압을 측정해서는 안 된다.

 

만일 혈압이 높게 나오더라도 바로 고혈압이라 생각하지 말고 며칠에 걸쳐 여러 번을 측정해 보고, 애매한 경우에는 집에서 조용하게 혼자서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집에서 측정하면 정상인데 병원에서 재면 높게 나오는 경우는 고혈압이 아니다.

 

혈압측정, 제대로 해야 한다. 잘못하면 평생 약 먹는 환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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