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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4 오후 4:59:58 입력 뉴스 > 조충래논설위원

[yci칼럼]形正影直(형정영직)
조충래 논설위원



조충래 논설위원

보현 전원생활체험학교장.

近朱者赤 近墨者黑 聲和則響淸 形正則影直(근주자적 근묵자흑 성화즉향청 형정즉영직) 붉은색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붉은색으로 물들고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어진다.

 

소리가 고르면 음향도 맑게 울리고 형상이 바르면 그림자도 곧아진다.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

 

먹은 검은 색을 벗어날 수 없고, 그림자를 만드는 형상은 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검정은 먹을 탓하고 그림자는 형상을 나무란다. 오죽하면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림자의 모양이 형상의 자세에 따라 달라지듯이 바깥의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 주어지는 현재는 지난 날 나의 한 바에 의해 나타날 뿐이다. 그 한 바가 기억도 나지 않는 예전이 되었든, 어제가 되었든, 지금이 되었든 간에 내가 지은 원인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자작자수(自作自受)인 것이다.

 

지난 10월, 충효재 옆 산남의진의 대장으로 순국하셨던 정환직, 용기 父子(부자) 장군의 묘소에서 100여명이 모인 조촐한 다례제 행사가 열렸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부자를 모시는 행사치고는 단출했지만 그 의의는 실로 크다 하겠다.

 

이날 다례제가 열기기 전 영천의 광복투사와 관련된 여러 곳을 순례하였는데 그곳은 다음과 같다.

 

 산남의진과 관련된 유적지인 영천문화원 뜰의 산남의진기념비, 민족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으로 일제에 저항한 민족적 저항시인 이육사(애국장)를 비롯하여 중국과 국내를 드나들며 항일투쟁을 전개한 조재만(애족장),

 

중국에서 조선의용대와 한국광복군 간부로서 활약한 이진영(독립장), 조선의용대(군) 중대장으로서의 대일 무장투쟁을 주도한 이원대(독립장), 일본에서 동포들에게 민족의식 고취 활동을 전개한 조병화(애족장), 그리고 이육사와 함께 조선군사정치혁명간부학교(의열단간부학교)를 졸업하고 국내에 잠입하여 대원모집 활동을 전개한 안병철 등을 배출한 백학학원, 산남의진에서 활약한 황보근(애족장), 영천의 3.1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조병진(대통령표창)·홍종현(애족장), 구화회 및 적우동맹에서 학생 항일운동을 주도한 황보선(애족장),

 

그리고 조병화, 이진영 애국지사 등의 추모비가 있는 화북공원, 제4차 산남의진 결집지인 현충시설이면서 천년고찰인 거동사, 산남의진 1,2대 대장인 정용기 장군과 많은 대원들이 순국한 입암 전적지 등이다.

 

사단법인 산남의진기념사업회는 재발족 후 첫 사업으로 충효재 옆에 위치한 두 분의 묘소를 정비했다. 묘소 앞의 밭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어이없게도 묘소 봉분조차 유족의 소유가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소유주인 해공스님의 너그러운 배려로 현재의 묘역은 기증을 받고 묘소 앞의 밭을 매입하여 묘역을 확장하게 되었는데, 이 일련의 과정에서 충효사 주지 해공스님과 거동사 주지 혜신스님은 무소유의 실천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혜신스님은 평소 “우리가 현재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선열들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주셨기 때문인데, 그분들을 위해 하는 일에 아까울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가정보다 나라를 앞세워 항일의병으로 목숨을 바친 분들의 후손들은 살기가 팍팍하고, 그 상황에서도 나라보다 일신의 안녕을 추구한 후손들은 유학가고 돈 모아서 지금 보란 듯이 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산남의진기념사업회의 선양사업으로 할 일이 많지만 순국선열들의 후손을 돌보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혜신스님은 낡아서 자주 고장을 일으키는 자동차를 바꾸라고 시주받은 삼천만원을 재발족한 산남의진기념사업회에 봉투째로 보시했고, 기념사업회는 스님이 쾌척한 보시금으로 순례객들에게 차량을 지원하고 묘역을 사 들여 다례제를 봉행하게 된 것이다.

 

법정스님 열반 후 한때 무소유(無所有)가 유행처럼 회자되고 무소유의 가치가 높이 평가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스님의 저서, ‘무소유‘는 구하기 어려운 책이 되었다.

 

그러나 그 유행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금은 다시 무소유보다 소유의 다과(多寡)가 성공과 행복의 기준점이 된 듯하다. 이런 가치관의 회귀를 보면서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었는데 두 분 스님의 무소유의 실천을 보면서 큰 기쁨을 얻었다.

 

두 분과 가까이 있는 복으로 무소유적 실천적 삶에 깊이 물들었으면 좋겠다. 나라를 위하여 올곧게 살아 올곧은 그림자를 만들어 내신 선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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