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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0 오전 6:33:05 입력 뉴스 > 조충래논설위원

[yci칼럼] 버르장머리교실과 할배할매의 날
조충래 논설위원



조충래 논설위원

보현 전원생활체험학교장.

할매와 할배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친근하게 부르는 방언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을 법적으로 노인이라 한다.

 

그러면 할매와 할배는 몇 살부터일까?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70세는 넘는 나이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분들은 8.15 해방 전에 태어나서 6.25를 거치는 동안의 헐벗고 굶주리는 암울한 시기를 경험하였고, 대부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도덕과 양심을 가지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며 바르고 아름다운 정신을 지키며 살았다. 지금 우리가 할매, 할배라 부르며 뒷방 늙은이로 취급하는 그들이 전 세계로부터 구호물자를 받아야 했던 대한민국을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경제대국으로 급성장시킨 주역들이다.

 

이분들은 오직 가난을 벗어나고자 하는 일념으로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끼니를 때우는 참담한 생활 속에서도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일념으로 자식들의 교육에 열중하였다.

 

또한 몸에 밴 근검절약, 당당하게 불의에 맞서는 선비정신, 상경하애(上敬下愛)의 아름다운 공동체 생활, 조상대대로 면면히 이어온 전통문화를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계승시켜왔다.

 

그런데 그분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놓은 살기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 세대의 사회는 어떤가? 성공한(?) 이 시대의 대다수 주역들은 할매, 할배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어른을 경시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을 일삼고 있다.

 

버르장머리버릇이를 속된 말로 표현한 것으로 예의를 갖추지 않고 버릇이 없을 때 쓰는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버르장머리가 없다.

 

이전투구(泥田鬪狗)와 정쟁으로 날밤을 지새우는 국회의원들의 행동을 보라. 그들은 국가수반에 대한 예의도, 동료의원들 간의 예의도, 그들을 뽑아준 국민들에 대한 예의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투쟁과 아집의 쳇바퀴에 매달려 세월만 보내고 있다. 사회 지도층의 비리와 상상을 초월하는 이상한 행동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고 있다. 교육계는 어떤가? 학생이 선생님에게 달려들고, 선생은 교장에게, 교장은 교육감에게,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에게 달려들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교육의 백년대계를 고민해야 할 사람들이 협의는 없고 싸움질만 하고 있다. 세상이 이러하니 국민이, 젊은이가, 학생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이런 우리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고쳐보기 위하여 경북도가 23개 시·군에 버르장머리 교실(일명 밥상머리 교육)’을 개설하고,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지정한다고 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대규모 장기 인성교육 프로젝트로 버르장머리 교실을 운영하여 2의 새마을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손주가 조부모님 방에서 지내며 예의범절과 삶의 자세를 배우는 격대교육(隔代敎育)은 우리나라의 명문가에서 행해지던 오랜 전통인데, 이것을 사회적으로 다시 부활하는 측면에서 할매할배의 날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버릇이라고 하는 것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어릴 적 버릇이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니 이미 사춘기를 넘긴 청소년들에게 바른 생활태도나 인성을 가르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겠다.

 

한두 시간의 예절교육으로 예절 바른 아이로 바꾸거나 잘못 든 버르장머리를 뜯어고칠 수 있을까? 게다가 그 아이들에게는 대학입시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앞에 기다리고 있다.

 

그러기에 버르장머리 교실의 부제(副題)로 단 밥상머리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밥상머리에서 가르치는 생활태도야말로 내 아이의 바른 인성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나이는 절대 그냥 먹지 않는다.

 

할매할배들의 주름살과 백발에는 지식이 아닌 지혜가 갈무리되어 있다. 먹고 살기 힘들어 내 아이를 시골의 할매할배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할매할배의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아이들의 교육을 부탁해야 할 것이다.

 

새마을 운동으로 경제대국의 기적을 일으킨 우리의 할매할배들이 이제 버르장머리 교실에서 올바른 인성과 정신문명의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어내는 기적을 일으켜주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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