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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4 오후 6:02:56 입력 뉴스 > 이규화논설위원

[yci칼럼] 방기원
이규화 논설위원



▲ 이규화 논설의원(법학박사).

방기원(防其源)은 불가(佛家)에서 나온 말로서 문제의 핵심과 근원을 파악하여 이에 근본적으로 대처해야지 대증적(對症的) 해결책에 머물지 말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말하자면 태어남과 존재, 늙음과 병듦, 죽음과 이별, 인간갈등과 우울증 등 실존적 고뇌의 근원을 잘 파악하여 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뜻이겠지요.

 

이러한 불교적 문제의식과 해답은 일체개고(一切皆苦),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팔정도(八正道), 열반적정(涅槃寂靜)의 가르침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독교의 시각으로 본다면 불의와 죄악 그리고 이로부터의 구원이 근원적인 문제의식이겠지요. 그래서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귀의 그리고 이웃에 대한 긍휼과 조건없는 사랑이 기독교적 구원의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실존적, 근원적 문제들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는 그 접근방법이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예컨대, 지난 주에 배명수 위원님이 제기하신 문제의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속도위반, 층간소음, 청년실업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있어서 그 근원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 소지가 있다는 견해였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이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반면에 최근 정만진 위원님이 제기하신 시골도로의 신호위반문제에 대해서는 저는 생각을 좀 달리합니다. 정만진 위원님의 견해는 일단 신호등이 있으면 이를 지켜야 하고, 법이 잘못되었다면 이를 고치는 노력을 해야지 이를 무시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에 대해 저도 원론적으로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국도나 지방도로가 시골마을의 횡단보도나 골목길을 교차하는 지점의 신호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해야만 좀 더 안전하면서도 편리한 도로이용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고민입니다.

 

말하자면 마을사람들의 안전과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간선도로의 교통흐름과 운전자의 편의를 훼손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하지 않으면 무단횡단이나 무단질주와 같은 법위반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으로 이렇게 정해 두었으니 지켜라, 만약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너무나 편의적인 발상입니다.

 

간선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마을 앞에서 신호가 보행자신호로 바뀌어 멈춰 섰습니다. 달리던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하지만 하루를 통틀어 보아도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마을 골목길에서 차가 간선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가는 경우는 몇 번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무의미(?)하게 기다리던 일이 몇 번 반복되면 마음급한 운전자들은 이제 보행자신호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좌우를 살피며 그냥 달리는 일이 잦아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사고가 날 확률도 높아지겠지요.

 

이제 사고가 잦아지면 교통행정은 또 감시카메라를 달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한 동안은 아무도 건너지 않는 횡단보도 앞에서 오직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기다리게 되겠지요.

 

어쩌면 감시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갓길로 피해가거나 번호판을 가리며 달리는 차량들이 나타날지도 모르지요. 말하자면 이런 식의 대증요법(對症療法)은 끝없이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보턴이나 센서로 횡단보도를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원칙적으로 간선도로의 차량소통은 틔어놓고, 단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가 나타날 때 센서가 이를 감지하여 보행자신호를 내려주거나 보행자가 스스로 보턴을 눌러 보행자신호를 요청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이제까지 부당한 신호체계에 저항하던 차량운전자들도 차차 합리적인 신호체계를 존중하게 될 것입니다. 유럽이나 일본, 캐나다 등 교통선진국의 신호시스템은 대개 이렇게 합리적으로 되어있고 그래서 운전자들이 이를 존중하는 겁니다.

 

물론 이런 합리적인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한다면 그 대가도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겁죠. 신호위반에 대한 벌금이 수십만원에 달하니까요.

 

방기원(防其源)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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