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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4 오전 7:42:24 입력 뉴스 > 정만진논설위원

[yci칼럼]외딴곳 신호등, 안전한 대한민국
정만진 논설위원



▲ 정만진 논설위원

(의사, 수필가).

한적하고 외딴 시골 도로의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왔을 때 쏜살같이 달리던 자동차 몇 퍼센트나 정지를 할까? 10%는 될까? 공식적인 통계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보현산 댐 주변 외딴 곳 신호등에서 몇 번 간단한 실험을 해보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보현산다목적댐이 4년 가까운 공사 끝에 지난 5월 담수를 시작하였다. 댐 높이 58.5m, 댐 길이 250m, 담수량 2,200만 톤으로 식수공급과 발전은 물론 관광지로서의 역할까지 다목적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댐 조성으로 댐 옆 높은 곳에 “은하수 마을”이라는 유럽풍의 아름다운 이주마을도 생겨났다.

 

얼마 전 이 이주마을 옆으로 국도 35호선 우회도로 5.9km가 새롭게 확 포장되어 개통되었고, 마을 앞에는 신호등까지 만들어졌다. 필자는 직장관계로 이 우회도로로 자주 다니는 편인데 과거에 꼬불꼬불하고 아스팔트가 파여서 운전하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깨끗하고 쭉 뻗은 도로로 다니게 되니 무척 편하다.

 

이 마을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러면 차들은 정지해야 한다. 그러나 쌩쌩 달리던 차들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비상 깜빡이를 켜고 신호등 앞에서 기다려보았다, 앞차가 신호등 앞에서 비상등을 켜고 기다리고 있으면 뒤에 오는 차들이 당연히 설 것으로 기대하면서.

 

그러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내차 뒤에서 달려오던 차들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내차 옆을 휙 지나가 버렸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몇 대나 그렇게 지나갔다.

 

승용차도 트럭도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낮에도 밤에도 몇 번을 시험해 보았지만 내 차 뒤에 정지하는 차를 본 적이 없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만일 저 신호등의 빨간 불빛을 믿고 이 마을의 경운기나 장애인 차가 도로를 횡단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저들의 눈에는 빨간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 외딴 곳 신호등을 지키고 있는 내가 이상한 사람 같고,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두려움까지 느껴야 했다.

 

외딴 곳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려가는 저 차들의 운전자들도 침몰한 세월호의 여러 가지 불법성을 규탄하였을 것이다.

 

자신의 작은 불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작은 불법을 계속 저지르다 보면 내성이 생긴다. 그래서 불법에 둔감하고 준법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인다. 불법이 판을 치는 곳에서는 준법을 부르짖지 못한다. 함부로 준법을 외치다가는 제거당하기 쉽다.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작은 불법들, 그것이 모이고 모여 세월호 침몰의 대참사를 만들었다.

 

신호등을 지키고, 배나 차의 정원을 지키고,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차의 방향을 알려주는 깜빡이를 잘 넣고, 주차질서를 지키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작은 기초질서가 확립되어야 안전의 기초가 다져지게 된다.

 

남들이 다 지키지 않는다고, 쓸데없는 제약이라고, 나에게 불편하다고, 악법이라고, 떼법이 가장 효과적 이라고 해서 불법에 맛을 들이면 언젠가는 세월호 신세가 될 수 있다.

 

 법이 잘못되었다면 법을 바꾸고, 규칙이 잘못되었으면 규칙을 바꾸라고 소리쳐야지 그것을 무시하면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외딴 곳 신호등이 현실에 맞지 않다면 신호등을 경계등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해야지 그것을 무시하면 안 된다. 외딴 곳 신호등이 잘 지켜지는 날 준법의 안전한 대한민국이 재탄생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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