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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31 오후 12:58:23 입력 뉴스 > 조충래논설위원

[YCI칼럼]슬프고 아프고 부끄럽다
조충래 논설위원



올 봄에는 물이 오르기 전에 나뭇가지치기를 했다. 15년을 살면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장비와 일군들의 힘을 빌려 높이 솟은 가지들을 정리하였다. 이후 두어 달이 지난 지금 오고가는 사람들이나 조경 전문가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듣고 있다.

 

수령(樹齡)이 50년을 넘은 나뭇가지를 어찌 저렇게 무참히 자를 수 있느냐는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나무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너무 높이 자라서 전선에 위협을 주는 것을 방지하자는 생각 밖에 없었다. 전정(剪定)의 기본을 모르니 무조건 잘라주면 곁가지가 바로 나올 줄 알았다. 기본도 모르는 무식의 소치였다.

 

뜰 앞의 조경수니 나무모양을 잘 만들기 위하여 어릴 때부터 가지를 다듬었어야 했다. 어떻게 가지를 잘라야 나무에 무리를 주지 않고 잘 키울 것인가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어야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나무 가꾸기의 기본을 외면한 채 저 굵은 가지들을 서슴없이 과감하게 잘라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욕먹어도 싸다.

 

슬프다. 아프다. 참으로 부끄럽다, 오늘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서. 기본을 외면하고 살아온 것이 너무도 부끄럽다. 이미 이 시대의 기성세대로 분류되는 나이에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어찌 숨길 수 있으랴. 젊은 시절 두 주먹 불끈 쥐고 독재타도, 인권보장을 부르짖었던 세대로서 더 더욱 그렇다. 나는 30년 가까이 이 사회의 주인노릇을 포기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삶에 천착해 왔으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화두가 되었다.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부조리를 척결해야 한다. 지나친 개발과 외향적 발전에 치우치다 보니 내적 역량이 부실하여 사회 전반에 걸쳐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갖가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서.

 

누가 누구를 탓할 것인가. 그저 저마다 부끄러움을 알고 현재를 직시해야 한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66년 동안 줄곧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요, 너나없이 이 나라 역사의 구성인자로 존재한 결과이다.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인데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인가. 우리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오늘의 아프고 부끄러운 현실을 직시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뼈저리게 반성하고 제대로 된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위해 마음 쓴 흔적들을 보면서 더욱 애틋하고 가슴 아프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서로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안다.

 

그런데 정작 어른들은 부와 명예를 위한 오름길만 가르쳐 왔다. 아이들을 버리고 저만 살겠다고 탈출한 자들을 욕하고 질책한다. 그들은 법의 심판을 받겠지만 나는 과연 저들을 탓할 당당함을 가지고 있는가? 나를 돌아보지 않고 저들만 탓하는 모순된 현실이 슬프다.

 

정피아, 관피아, 법피아 등의 신조어들이 여과 없이 매스컴을 타고 온 나라에 살포되고 있다. 나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지자체 장도, 고위공무원도, 재력가도 아니니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인가. 국가의 주인인 우리는 주인노릇을 하지 않고 그들을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나는 그들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면책 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결의 원칙으로 선출된 그들은 우리가 뽑아주고 인정한 자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본에 입각하여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된 사람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천 년의 세월 전에 충담사(忠談師)는 경덕왕에게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하면 나라가 태평할 것”이라는 뜻이 담긴 안민가(安民歌)라는 노래를 지어 바쳤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본분에 충실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제 정말 기본으로 돌아가자. 정치인이든, 법조인이든, 공무원이든, 기업인이든, 소시민이든,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 길의 시작은 나로부터다. 사소한 것이라도 질서를 지켜 이웃에게 해 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오늘도 기본에 충실한 온전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였던가?!

 

▲ 조충래 논설위원

보현 전원생활체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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