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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2 오후 6:21:16 입력 뉴스 > 배명수논설위원

[yci칼럼]배명수 논설위원
문화의 향유를 바라며



▲ 배명수 성덕대학교수.

아직 우리의 마음속에는 세월호, 그 끔직한 일들이 속속들이 남아있으며, 내 눈앞에는 어머니 아버지를 보고 싶다고 애타게 울부짖는 아이들의 모습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내 자식을 삼켜버린 저 바다를 쳐다보며, 그래도 한 줄기의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오열하는 그 모습. 이러한 때에 무슨 놈의 문화 타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 또한 그런 마음이 앞섭니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 넋 놓고 바라보기만 하면서 살아갈 수 만은 없지않겠습니까.

 

오늘은 슬픔은 잠시 묻어두고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는 마음에서 펜을 들어 봅니다.

 

여러분은 혹시 '문화가 있는 날' 이란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문화가 있는 날이란 전국의 문화시설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 생활 속 문화 향유의 확산을 위해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4년도 올해 1월부터 시행하는 제도 입니다.

 

21세기 국가를 이끌어갈 성장동력의 하나를 바로 문화콘텐츠에서 얻어내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을 하고, 이제부터는 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의 문화가 아니라 온 국민들이 함께 즐기는 문화로 확대하자는 중앙정부의 정책입니다.

 

`문화융성`은 현 정부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지만 선진국 대열로 접어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갖춰야할 필수 덕목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화예술을 모든 국민들이 함께 즐기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은 일제히 문화에 대한 문턱을 낮추며, 다양한 행사들을 마련해 가고 있습니다.

 

즉, 전국의 영화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 모든 문화기관에서는 입장료를 무료 또는 할인해 주고, 야간 개방과 문화 참여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들이 손쉽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행사들을 실시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각 지자체 그리고 문화단체와 협업을 통해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보다 많은 국민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문화융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된다면 어렵게 만든 제도들은 또 하나의 전시행정으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대국민 홍보를 하고 있으나 농어촌지역에서는 정책체감도가 낮아 좋은 경험을 주지 못하고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함으로써 본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큽니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의 책임자인 파불로엘게라는 자신의 저서‘사회참여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모든 예술은 관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참여를 전제로 한다며,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현실적 목표와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하면,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는 문화예술도 공급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담당부처의 홍보부족으로 이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또한 실제 이용단계에서는 여러가지 걸림돌들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문화시설인 극장의 경우 해당 수요일 오후 6시에서 8시까지 상영하는 영화에 한해서만 할인을 합니다.

 

또한 각종 신용카드 등을 이용하여 할인을 받았을 경우 중복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지 여부도 중구난방입니다.

 

여기에 뮤지컬이나 연극 등은 아직도 할인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의 숫자가 극히 미비합니다.

 

또한 문화가 있는 날을 수요일로 정한 것도 현실 생활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입니다. 가족과 친구들끼리 마음 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보통 주말인데 주말에 할인행사를 하게 되면 해당업체의 수익에 타격이 크므로 아마도 평일로 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평일로 정해지게 되어 문화가 있는 날의 혜택을 누리고 싶어도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제도의 신설 취지가 누구를 위해 만들었는지를 근본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행정인 것입니다.

 

얼마 전 필자가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외국의 지인을 만나게 되었을 때,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외국인의 아이를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에 입학을 시켰는데, 우리나라의 음악과 예술 등을 공부하고자 한국에 왔다고 했습니다.

 

우리들도 이제는 많이 알고 있듯이 한국의 K-POP과 컨텐츠 등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적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외국의 젊은이들은 한국의 예술과 문화를 배우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데, 정작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어떤가요?

 

물론 요즈음 사람들은 문화소비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문화소비에 소요되는 비용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날마다 생계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인해 문화생활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른바 문화생활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화에서도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에 <문화가 있는 날>과 같은 행사를 현실에 맞게끔 수정 보완을 한다면 문화생활의 양극화 현상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지역마다의 전통문화를 살려내기 위한 축제도 그 지역의 주민이 참여하지 않고 주민 스스로의 역할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으며 참여 속의 생활문화가 삶의 가치를 높이는데, 어느 정도 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럼으로 우리는 돗자리를 펼쳐 놓았는데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울상을 짓거나, 상대방 탓만을 해서만도 안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참여하고 즐길 여지를 제대로 만들어주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답을 찾아야 할 것 입니다.

 

아울러 농어촌지역에서도 열악하지만 예술회관을 비롯하여 문화학교 운영 등 다양한 문화기반이 있는 만큼, 시설의 활용도를 높이고 스스로의 끼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시회나 공연활동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보완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는 것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 시대의 문화는 동시대 사람들의 삶의 총집합체 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문화를 제대로 즐기고 향유하지 않는다면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는 K-POP과 한국드라마의 다양한 컨텐츠는 과연 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집 주변의 문화시설에서 문화를 제대로 즐겨보는 여유를 만들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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