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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오후 6:49:19 입력 뉴스 > 정만진논설위원

[yci칼럼] 정만진 논설위원
구급차는 생명이다



▲ 정만진 논설위원

   (의사, 수필가).

“가족이나 본인이 응급환자가 되어 사이렌을 울리며 질주하는 구급차를 타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럴 때 구급차 앞을 알짱거리며 달리는 차들이 얼마나 미운지 모른다.

 

응급환자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언제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그럴 때는 구급차를 탈 수밖에 없다. 구급차를 타고 있으면 1분 1초가 급하다.

 

의사 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저런 일로 구급차를 탈 때가 있다.

 

인턴을 할 때는 집에 가서 운명을 하겠다고 하여 거의 사망상태의 환자를 태우고 집에까지 모셔다준 적도 있고, 20여 년 전 필자가 개원하고 있을 때 열경기를 하는 아이가 내원하여 간단한 응급처치를 한 후 그 환자의 보호자 차를 함께 타고 종합병원으로 간 일이 있다.

 

그런데 그 아이 아버지가 얼마나 당황하는지 자동차 기어를 바꾸지 않고(당시에는 오토차량이 별로 없었음) 계속 1단으로 엑셀레이터만 밟는 것이었다.

 

또 한 번은 아이가 회사의 대형 화장실에 빠져 익사 직전에 구출되어 필자의 병원에 왔다. 너무 급하여 하던 진료를 중지하고 대구의 대학병원까지 인공호흡을 시키며 구급차를 타고 갔다.

 

보호자는 정신이 없고, 의사인 필자도 마음이 급했다. 의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죽음과 시체를 보았고, 여러 형태의 응급환자를 많이 보았음에도 말이다. 차들은 왜 그리 많고 왜 빨리 비켜주지 않는지 참으로 답답했던 경험이 있다.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되어 구급차를 타면 더 할 수 없이 급하지만, 경광등을 돌리고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구급차를 쳐다보는 운전자들은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길을 잘 비켜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구급차에 한 사람의 생명이 걸려있는데도 말이다.

 

지난 12월 7일 강유미라는 개그우먼이 부산에 공연을 갔는데 약속 시간에 너무 늦어서 구급차를 이용했다고 한다. 생전 처음 구급차를 타본 그 개그우먼은 SNS에 “부산공연에 늦어 구급차라는 걸 처음 타고 이동하는 중”이라며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라는 글과 함께 구급차 내부 사진을 찍어 공개하였다.

 

그러자 “강유미, 신호등 무시하고 달렸겠네, 다시는 구급차에 길 비켜주지 않겠다.”는 등 연예인이 구급차를 이용하는데 대하여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는 기사가 있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5조에는 구급차 사용에 대하여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구급차는 응급환자 이송, 응급의료를 위한 혈액과 진단용 검사대상물 및 진료용 장비 운반, 응급의료를 위한 응급의료종사자의 운송, 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병원 이송,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용도에만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또는 폐쇄를 명할 수 있다.

 

구급차는 119 소속, 병의원 소속, 등록을 필한 사설 업체 소속이 있고, 이들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서 운용하고 있다. 119나 병원 소속 구급차는 가까운 거리의 응급환자를 후송하고, 장거리 환자 후송에는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구급차는 구급차 본래의 목적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간혹 연예인이나 긴급한 일이 있는 사람들이 편법으로 구급차를 이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한다.

 

이번에 철없는 개그우먼의 구급차 사건도 그런 유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불법으로 이용하다가 들통이 나면 구급차 사용허가가 중지되거나 취소되는 처벌을 받게 되지만 이용자는 특별한 법적 제제를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번 개그우먼 사건과 같이 구급차를 목적 외로 사용한 사람은 법적으로는 처벌이 없지만 사회적으로는 구급차 불신이라는 대단히 큰 부작용을 만들게 된다.

 

이런 사건 하나가 크게 보도되면 가뜩이나 구급차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더욱 구급차에게 길을 비켜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저 차에 가짜 응급환자가 타고 있는 지 누가 알아’라고 생각하며 자위하게 된다.

 

구급차는 생명을 싣고 달리는 차다. 간혹 구급차를 얌체처럼 이용하는 부도덕한 사람이 있을지라도 그것 때문에 구급차에게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면 생명이 위험하게 된다.

 

구급차를 목적 외에 사용하는 구급차 운영자는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렇게 이용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아야 한다.

 

구급차를 목적 외로 운영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목적 외로 이용하는 이용자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죄도 고려해봄 직 하다.

 

구급차는 생명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무조건 길을 비켜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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