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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1 오후 6:52:54 입력 뉴스 > 이규화논설위원

[yci칼럼]이규화 논설위원
우리는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 이규화 논설위원(법학박사).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러한 목적은 올바른 것일까? 올바른 목적이란 어떤 것일까? 과연 우리는 이러한 목적을 향해 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새삼스럽게 던지게 된 것은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고나서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지를 통해 구원 혹은 자유를 위한 선택이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발장자베르는 이러한 선택에 있어서 극단적인 대비를 보여주는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둘 다 자신의 선택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정당화 하고 있지요. 과연 누가 옳은 것일까요? 영화의 막바지에 운명적으로 다시 장발장과 마주하게 된 자베르가 “법을 지키는 것만이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는 것”이라고 말하자 장발장은 “너는 이제까지 한 번도 옳았던 적이 없었다”고 대꾸합니다.

 

제게는 장발장의 이 말이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 왔습니다. 과연 나는,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우리’는 저와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을 말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저와 종교적 신념을 같이하는 사람들, 때로는 저의 가족들, 때로는 저의 직장, 때로는 한국인들, 때로는 동양인들, 때로는 인간 전체를 가리킬 때도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이에 관해서는 크게 두 가지 相反되는 견해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아니다’라는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다’라는 견해일 것입니다.

 

‘아니다’라는 견해의 대표적 인물로는 우리가 인류의 스승으로 존경하고 있는 붓다, 소크라테스, 예수와 같은 분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붓다는 사실 세속적으로 볼 때 모든 행복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름답고 건강한 신체조건에 권력, 부, 인품 등 부족한 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었지요.

 

그런데도 그는 ‘이게 아니다’ 라며 왕궁을 버리고 다른 길, 옳은 길을 선택한 사람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말은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것일 겁니다.

 

말하자면 ‘너희가 스스로 옳다고 떠들지만 제발 주제파악 좀 제대로 하고 정신 차려라’ 하는 뜻이었겠지요. 예수는 또 어땠습니까? 사실 생전에 그의 메시지를 제대로 알아들은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주여, 저들은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저들을 용서하소서!’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아니다’라는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는 사람들로는 생태주의자들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을 고수하다가는 언젠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는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인류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현재의 상황 그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비록 지구 곳곳에서는 아직도 비극적인 일들이 그치지 않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류의 삶은 과거보다 나아진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나라 간의 적나라한 정복전쟁 따위는 이제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이며, 인종 ․ 계층 간의 갈등이나 차별, 질병, 굶주림 등의 문제도 과거와는 달리 모든 지구인들이 함께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지구촌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비극적인 일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뭔가 한걸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아마 움베르토 에코가 이런 생각을 대표하는 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의 이런 생각을 비극적 낙관주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인간들은 비록 느리지만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조금씩 자각해 가고 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기 전에 언젠가는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인간은 함부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만큼 어리석지는 않다는 것이지요. 과연 어느 생각이 옳은 것일까요?

 

저의 생각은 ‘아직 희망은 있지만 쉽게 낙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 희망은 물론 앞서 든 스승들의 메시지가 인류의 유산으로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낙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인간은 탐욕 때문에 공멸을 선택할 수도 있는 존재이니까요. 공멸의 징조들은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물질적으로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만을 추구하는 현재와 같은 경향입니다.

 

하루 세 끼에 고기 배, 술 배 따로 만족시켜 주어야지요, 어떻게든 푸짐하게 한 상 차려서 먹을 만큼 먹고 반 정도는 쓰레기통에 갖다버려야 제대로 먹었다고 생각하지요,

 

이런 먹성을 만족시키며 돈을 벌기 위해 바다에서는 거대한 배들이 참치든, 고등어든, 대구든, 명태든 마구잡이로 끌어 올리고, 육지에서는 소든, 돼지든, 닭이든, 채소든 엄청난 양을 집단적으로 사육 또는 재배해야 하지요, 정말 언제까지 이런 삶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집집마다 한 대씩의 자동차도 모자라 이제는 사람마다 한 대씩 굴리면서 정신없이 돌아다니면 그 연료는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래서 제 눈에는 지금 인간들의 이런 모습이 8천만 년 전 몸무게가 100톤이나 나가던 공룡들의 모습과 오버랩 됩니다.

 

사람들은 공룡들이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 때문에 멸망했다고 하지만 어쩌면 눈에 띄는 것이면 모두 먹어치우는 바람에 결국에는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 멸망했을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위기를 어느 정도 감지하고 이에 제동을 걸면서 탄생된 개념이이랄까 원칙이 바로 유엔 주도 아래 만들어진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걸 겁니다.

 

자연을 생각해서 욕망을 적당히 제어하자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 원칙이 또 얼마나 추상적이며 아전인수로 해석될 수 있는가는 그 동안의 경험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컨대 오늘도 언론이나 TV에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인구감소를 한국경제의 큰 문제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점점 더 늘어나는 복지예산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인구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출산율이 떨어져 걱정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국이나 일본의 인구가 자연적 여건에 비해 지나치게 그 밀도가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은 국토면적 10만㎢에 인구가 5천만 명이니까 ㎢당 밀도가 500명이고, 일본은 국토면적 38만㎢에 인구가 1억2천7백만 명이니까 ㎢당 밀도가 340명쯤 됩니다.

 

이는 서유럽에서 인구밀도가 비교적으로 높은 독일과 비교해도 분명합니다. 독일은 면적 36만㎢에 인구 8천만 명으로 ㎢당 밀도가 230명 정도입니다. 프랑스는 ㎢당 인구밀도가 100명이고, 이탈리아는 200명이며, 그리스는 80명입니다. 그리고 영국은 260명쯤입니다.

 

말하자면 유럽 대부분 나라의 인구밀도가 우리의 절반 혹은 5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지요. 아마 평야 등 이용 가능한 땅만을 기준으로 하면 그 차이가 훨씬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구증가로 현재와 같은 물질적 삶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노래의 가사처럼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밖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야 어떻게 되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는 똥배짱이겠지요.

 

뭔가 지구촌이라는 말에 걸맞은 방향을 도출하고 정책을 개발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좀 어려운 말로 표현한다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서로 상충하지 않고 조화되도록 삶의 방향을 설정하자는 것입니다.

 

예컨대 남한 기준으로 약 2천만, 남북한 합쳐서 약 3천만 정도의 인구로 한국인들의 미래를 설계한다면, 지금처럼 서로 부딪히고 미워하면서 살기보다는 유럽처럼 인간과 자연이 그리고 인간끼리 서로 배려하면서 살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구증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게는 마치 다단계 투자모집 사기꾼처럼 보이는군요. 지금 세대들의 욕망과 편의수준을 지속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애들을 많이 낳아 그들에게 계속 짐을 지우고, 다른 편으로는 자연환경이야 어떻게 되든 욕망을 충족시켜줄 자원을 끝없이 찾아내어 개발하자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삶의 방식을 겸허히 재점검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자연과 이웃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욕망과 편의 그리고 이를 충족시켜줄 국민총생산의 극대화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삶을 생각할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최근에 TV다큐를 통해 최소한의 물질적 조건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구상에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라다크가 그렇고, 부탄이 그렇고, 남태평양의 이름 모를 섬들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이렇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이라는 것이 이들 다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환경운동가 헬레나 호지 여사는 라다크인들의 삶을 담은 책을 내면서 그 제목을 ‘오래된 미래’라고 붙였지요. 참 멋진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지구상에는 우리가 잘 모르고 있지만 평화롭게 서로 도우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또 있을 겁니다. 한국인들도 인구증가로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과 편의수준을 지속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오래된 미래’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시점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레미제라블’을 보고 난 뒤 제가 정리한 생각 중 하나입니다. 좀 더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 무엇일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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