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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6 오후 5:31:59 입력 뉴스 > 정만진논설위원

[yci칼럼]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
정만진 논설위원



▲ 정만진 논설위원

   (의사, 수필가).

“아이고 복도 없네, 수박을 다 먹자 나타나다니.” 여고 동창생 몇 명이 둘러 앉아 수박을 먹고 있는데 어느 한 친구가 나타나는 순간 무심코 던진 말이다.

 

그러자 방으로 들어오던 그 친구가 “복 없다는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라며 정색을 하고 화난 표정으로 항의를 하였다.

 

순간 모두들 표정이 굳어지고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하필이면 늦게 나타난 그 친구가 이혼을 하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사는 동기였으니 “복 없다.”라는 말에 민감했던 것이다.

 

“등산모임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더니 니(네) 아들 장가보낸다고 나왔나?” 매우 친한 친구가 동기회 등산모임 회장이 되어 강권(强勸)하므로 억지로 시간을 내어 참석한 친구에게 방정맞게 어느 동기가 내뱉은 말이다.

 

아들 결혼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과 전혀 상관없이 없는 시간을 쪼개어 참석한 사람을 마치 아들 장가보내는데 부조금을 많이 받기 위하여 참석한 것처럼 말한 것이었다. 이후 이 친구는 그 등산모임에 다시는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고 한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필자가 직접 들은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다.

 

“복도 없네.”라는 말이나 “니 아들 장가보낸다고 나왔나?”라는 말을 한 사람들이 정황상으로 봐서 일부러 나쁜 마음을 가지고 한 말은 아니었을 성 싶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마음이 몹시 상하여 오래 오래 마음에 응어리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체질적으로 살이 찌지 않는 마른 형이다. 요즘에는 이런 모습이 오히려 건강하게 보이고 칭찬도 받을 수 있어 다행스럽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학교 동기들 중에는 “의사라서 잘 먹을 텐데 왜 그리 말랐느냐?”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또 다른 살찐 친구를 만나면 “야, 너는 왜 그리 돼지처럼 살이 졌나?”라고 말한다. 자기가 그 말을 하지 않으면 숙제를 하지 않은 것처럼 한사코 그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자신은 친근감의 표시로 했을지 몰라도 만나자 말자 “말랐느니, 살이 졌느니”하는 말을 들으면 별로 유쾌하지 않다. 아무리 허물없이 지내는 동창이라 할지라도 칭찬의 덕담도 많은데 하필 남의 약점을 콕 찌르는 말부터 하다니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 꼭 무식한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제법 공부를 하고 인격적인 사람도 무심코 그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요즘에는 무심코 던진 말보다 더 독한 막말과 악풀(惡 reply)이 판을 치고 있다. 정치권의 막말과 독설과 거짓말은 너무 흔하고 도를 지나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는 제 멋대로 생각하고 상상한 독설을 담은 악풀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얼굴에 철판 깐 정치인들이야 그런 악풀에 끄덕도 없겠지만 심약한 연예인이나 학생들은 악풀에 분을 못이겨 자살까지 하고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 마음먹고 하는 막말과 악풀 하나가 비수(匕首)가 되어 남의 가슴 깊이 꽂힐 수 있다. 한번 내뱉은 말은 도로 걷어 들일 수 없다, 서류로 된 문서라면 회수나 파기라도 할 수 있지만. 그래서 선현들은 “칼로 입은 상처는 치유될 수 있어도 말로 입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라고 했던 가 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족과 직장, 친구나 친지, 심지어 낯선 사람에게까지도 별별 말을 한다. 중요한 말은 깊이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하겠지만 일상의 보통 말은 별 생각 없이 무심코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평소에 ‘혀 밑에 도끼 든’ 악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선한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좋은 심성을 기르고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립 서비스(lip service)도 과도하지만 않다면 대화의 양념으로 유용하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을 수 있듯이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가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수 있다. 참 좋은 계절에 참 좋은 말을 하는 습관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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