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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4 오후 5:56:13 입력 뉴스 > 조충래논설위원

[yci칼럼] 조충래 논설위원
사곡길 유감(有感)



▲ 조충래 논설위원

(보현전원생활체험학교장  

사)새벽을 여는 아름다운

   청소년의 모임 이사장)

영천에서 산천경계가 가장 수려한 자양면은 성곡(聖谷), 용산(龍山), 삼귀(三龜), 충효(忠孝), 보현(普賢), 용화(龍化), 노항(魯巷), 신방(新坊), 도일(道日) 등, 9개 법정 동·리로 이루어져 있다.

 

노항리는 영천호가 있는 구릉성 평지에 자리한 마을로, 경지가 넓게 분포하며 마을 오른편으로 하천이 흐른다. 지형이 노루의 목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자연마을로는 노항, 양지, 기전동, 서원, 놀내미마을 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노항리 [Nohang-ri, 魯巷里](두산백과)

 

도일이란 이름의 유래는 지금부터 약 420년 전에 이곳에 안부자가 살았는데 이곳이 경주골에서 한양으로 왕래하는 길목이기 때문에 경주부사가 경주에서 도일까지 오면 일몰이 되어 안부자 댁에 유숙하였다 하여 이렇게 불리어졌다고 한다.[자양면 이야기]

 

이처럼 대부분의 마을 이름에서 그곳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성인이 사는 골짜기가 성곡(聖谷)이요, 용이 머무는 산이 용산(龍山)이다. 아마도 보현(普賢)과 용화(龍化)는 보현보살과 미륵불의 세계인 용화(龍華)세계를 표현한 지명(地名)일 터이다.

 

지금은 스토리텔링의 시대이다. 농촌형 지자체마다 녹색체험마을이나 휴양마을을 조성하고 도시인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도농교류를 통한 인적, 경제적 유통을 촉발시켜 상생의 길을 도모하고자 함이다. 마을의 문화와 역사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좋은 소재요, 이야깃거리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전국에 수많은 아름다운 마을 이름들이 공부상에서 지워지게 된다. 자양면만 해도 3개 마을의 이름은 도로명으로나마 남고 나머지 6개 마을의 이름은 아주 사라질 판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주소변경을 확정하고 2011년 현재의 지번 중심 주소 대신 도로명주소로 변경을 공표하였다. 그리고 이번 정부는 2014년부터 도로명 주소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도로명 주소는 자그마치 15만개에 이른다. 이 이름들을 살펴보면 역사도 문화도 없다. 갖가지 기발한 착상으로

 

 가져다 붙인 이름에는 보석 이름, 친일파 이름까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포함한 63명이 도로명 개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하여 헌법소원단을 구성하였다고 한다.

 

이들은 전통지명을 서구식 주소로 바꾸려 하는 것은 창씨개명에 못지않은 민족말살정책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통문화를 말살하는 새 도로명 주소사업의 문제점을 오래 전부터 제기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내년 1월부터 기존의 지명이 없어지는 걸 지켜볼 수 없어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힌 박호석 농협대교수의 주장을 새겨볼 일이다.

 

새로운 도로명 주소를 만들어 시행하기까지 많은 연구를 하였을 것이고, 장단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정지역의 전설이나 지역 특색을 잘 살리지 못한 체 급조된 도로명이 너무 많은 듯하다. 특히 도시보다 시골에서 그런 현상이 더하다.

 

새로 만든 도로명 가운데 자양면 보현리에 사곡길이 있다. 이것에 대하여 사람들은 입을 삐죽거린다. “사곡이면 뱀이 많이 나오는 골짜기냐”는 것이다.

 

실은 이곳에 예부터 보현사라는 절이 있어 절골이라 불리었는데, 절 사(寺)자를 써서 사곡(寺谷)길이라 이름 붙였을 성 싶다. 갓 쓰고 양복 입은 꼴처럼 모양새가 좋지 않다. 현재 천년고찰 거동사가 거기 있으니 사곡(寺谷)이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곡(死谷)이나 사곡(蛇谷)과 발음이 전혀 다르지 않다.

 

기왕에 이름을 지을 양이면 절골길이나 골안길, 거동사길 등, 순 우리말로 듣기 좋고 부르기 좋은 이름을 지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죽음의 골자기<死谷>인지 뱀이 나오는 골짜기<蛇谷>인지 그냥 들을 때는 분간이 안 되는 영천시 자양면 사곡(寺谷)길, 실로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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