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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5 오후 7:24:41 입력 뉴스 > 이규화논설위원

[yci칼럼]이규화 논설위원
중도(中道)적 삶



▲ 이규화 논설위원(법학박사).
흔히 바람직한 삶의 자세 중 하나로 중용(中庸) 혹은 중도(中道)를 듭니다만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중용이고 중도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생각, 선택, 판단, 행위, 삶’ 등으로 이해합니다만, 어떤 것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이냐고 또 묻는다면 여전히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살아가는 방식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면서도 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마치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중생들의 삶은 그 속성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치우치지 않는 삶 즉 중도는 알기도 어렵고 실천하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선 대부분 사람들은 ‘삶’에 치우쳐 ‘죽음’을 도외시 하고 있습니다. 그저 천년만년 살 것처럼 아등바등 삶에 집착하다가, 갈 때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대책 없이 끌려가는 것이지요. 죽음을 삶의 일부로 생각하며 균형 잡힌 삶을 살다가 如如하게 떠나가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중생의 삶은 또 소유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재물이든 관념이든 말입니다. 요즘은 심지어 출가한 스님들마저 ‘네 것 내 것’, ‘네 옳네 내 옳네’ 다투는 것이 드물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간혹 무소유를 주장하는 스님들이 있긴 합니다만, ‘무소유’를 내세우는 것 자체가 이미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증거일 뿐입니다. 소유를 떠난 사람들이라면 굳이 무소유도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늘을 날라 다니는 새들에게 소유, 무소유가 문제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또 물질적 편의나 복지, 건강 등을 행복 그 자체로 보는 생각에 치우쳐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마다하지 않게 되고, 사람들의 이러한 치우친 생각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업들이 번창하는 겁니다. 아파트, 자동차, 스마트폰, 명품, 보험, 의료 등 ‘행복’을 돈으로 파는 사업이 그것입니다.

 

끝없이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하며, 더 건강하고 멋진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겁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누리기 위해서는 오직 돈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빠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자연이 망가지고 사기꾼이 넘쳐나는 건 이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광고에도 이러한 경향은 여실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자극적인 광고, 도를 넘는 광고가 바로 그것이지요.

 

더욱 가관인 것은, 돈 버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야 할 병원, 학교, 사찰, 교회까지도 이제는 아예 돈을 벌기 위해 발 벗고 나서서는 자기 병원, 자기 학교, 자기 사찰에 오라고 난리법석이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제 의술이나 학문, 부처님의 가르침도 그 자체가 소중하다기보다는 이를 잘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방송이나 책을 통해 유명해진 소위 ‘잘 나가는’ 성직자들이나 스타강사들은 이러한 세태의 산물입니다. 일단 ‘떴다’ 하면 돈방석에 올라앉는 겁니다.

 

연예계나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의료나 법률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야말로 명품과 일류가 횡행하는 세상이지요. 대법관을 지낸 변호사는 자신의 이름만 빌려주고도 그저 한 건에 3천만 원을 받는답니다. 한 달이 아니라 ‘한 건’에 말입니다.

 

그것도 아무 하는 일 없이. 대기업의 임원은 그저 연봉이 7~8억입니다. ‘이류는 가라, 오직 일류만 인정한다’는 식입니다만 과연 사람의 능력에 그만한 격차가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오직 사람들의 치우친 생각이 만들어낸 비뚤어진 결과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광고와 선전, 겉모습으로 적당히 포장되어 사람들의 무지와 치우친 생각을 파먹으면서 번창해 나가는 하나의 환상일 뿐입니다.

 

이러한 환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중도 즉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이러한 문제의식에 해답이 될 수 있는 얘기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지금도 살아있는 로드리게즈(Rodriguez)라는 한 미국인 가수랄까 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남아공에서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이라는 다큐로 제작되어 2012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다큐부문 최고상을 받았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흑백 간의 인종차별 혹은 인종분리(Apartheid)라는 국가정책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을 겪으면서 오랜 기간 동안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Apartheid가 한창 심했던 1960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이 나라에서는 로드리게스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가 부른 노래들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아마 그의 노래들 속에는 흑백갈등을 겪던 당시 남아공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슈가맨’은 그 중에 대표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 재미있었던 것은 이런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노래를 만들어 부른 로드리게스라는 가수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은 바로 로드리게스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입니다.

 

1960년대에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이 득실대던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통기타 가수였던 로드리게즈는 자신의 음악을 인정해주던 몇몇 친구들의 도움으로 음반을 내게 되고, 때로는 소규모의 라이브무대에도 서게 됩니다.

 

하지만 밥딜런이나 롤링스톤즈를 능가하는 가수가 될 거라는 친구들의 기대와 달리 미국에서 그는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하게 됩니다.

 

그의 음반은 10장도 채 팔리지 않았고, 라이브 무대에서도 큰 인기를 얻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몇 장 팔리지 않은 음반 중 하나가 우연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전해진 것입니다. 마치 민들레 꽃씨 하나가 바람에 날려 멀리 날아가 퍼지듯이 말입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남아공에서 50만장이 넘는 음반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그의 정체를 찾을 수 없자 사람들은 그가 이미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는 무대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소문까지도 나돌았지요. 그래서 남아공이 민주화되고 난 후에 그의 음악을 너무나 사랑한 몇몇 사람이 본격적으로 그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4년여의 노력 끝인 1998년에 드디어 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만, 정작 그는 일부러 숨어 살았던 것이 아니라 단지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았을 뿐, 40여 년 전부터 디트로이트의 자기 집에서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죠.

 

비록 그의 생업은 건축공사장의 일용직 노동이었지만 음악은 여전히 삶의 중요한 일부였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든가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등 공동체의 일에도 참여하면서 말입니다.

 

1998년부터 몇 차례에 걸쳐 남아공으로 초빙되어 요하네스부르크 등 주요도시에서 열렸던 그의 공연은 모두 매진이었습니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이른 로드리게스가 무대에 올랐을 때에는 열광하는 관중들로 인해 행사진행이 중단된 채 수 십분 동안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중도적인 삶이라는 관점에서 그의 삶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은 사실일 겁니다. 좋은 음악에도 불구하고 젊은 나이에는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하다가 늦은 나이에 지구 반대편인 남아공에서 인정을 받아 가수로서 엄청난 인기와 함께 수입을 얻었지만 정작 그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평화롭고 편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공연을 통해 얻은 수입을 모두 어려운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나누어주고 자신을 위해서는 거의 쓰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마치 진흙 속에서도 흙탕물에 물들지 아니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연꽃처럼 말입니다.

 

젊은 시절 미국인들은 전혀 그를 알아주지 않았고, 나이 들어 남아공 사람들은 그에게 열광하면서 엄청난 수입이 생겼지만 정작 그는 그 어느 것에도 쏠리지 아니하고 그저 편안하게 ‘그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환경이나 정치 등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서도 무관심 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을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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