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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9 오전 8:41:09 입력 뉴스 > 정만진논설위원

[yci칼럼]정만진 논설위원
황희정승을 청문회에 세운다면?



▲ 정만진 의사, 수필가
 
새로운 박근혜정부 출범으로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중요 관직에 앉을 많은 사람들이 국회 청문회에서 발가벗길 정도로 별별 질문을 다 받고 있다.

 

그 직책을 수행할 소신이나 정책보다 사사로운 신상에 관한 것에 더 많은 질문을 하고, 각종 언론매체는 여과 없이 흥미위주로 보도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소신과 능력을 갖춘, 정말 국가 경영에 꼭 필요한 인재들 중의 일부는 아예 관직에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청문회에 나가는 사람은 적어도 50세는 넘는 경우가 많다. 패러다임(그 시대의 가치관)이 수시로 바뀌는 그 긴 세월 동안 하나의 잘못도 없이 청렴하게 그리고 능력 있게 살아온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공자님도 우리나라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종교적인 시각차이가 있으니 그렇다하더라도 조선시대 500년의 청렴과 능력의 아이콘, 황희정승을 국회 청문회에 세운다면 어떻게 될까?

 

황희정승은 고려시대가 끝나가는 1363년 2월에 태어나 18세에 결혼하여 1여(女)를 두었으나 25세에 첫 부인이 사망하고, 26세에 재혼하여 3남 1녀를 더 두었다.

 

27세에 급제하여 고려의 신하가 되었으나 30세가 되던 해인 1392년 역성혁명으로 조선이 건국되면서 조선의 사람이 되었다.

 

48세에 지신사(왕의 비서실장 격)가 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이 되었으며 파직과 복직을 되풀이 하다가 60세에 남원으로 5년간 유배되기도 하였다. 그 후 69세에서 87세까지 세종대왕 시절에 18년간 영의정을 지내고 1452년 90세까지 장수하고 돌아가셨다.

 

청렴과 청빈만으로 요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영의정을 18년이나 지속할 수 있었을까? 황희정승이 어떻게 얼마나 훌륭하였기에 여러 관직을 섭렵하고 영의정을 그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여러 기록을 종합해보면 황희정승은 모나지 않은 성품으로 대인관계가 좋았으며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고, 어떤 일에 대하여 논의할 때는 온화하고 단아하며 사리에 맞는 말을 하였으며,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랫사람에게는 너그럽고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중후한 모습으로 재상으로서의 식견과 도량이 넓었다. 그리고 그가 더욱 정승다운 것은 왕의 의중에 맞추는 ‘Yes man’이 아니고 왕의 의견에도 주저하지 않고 ‘No’라고 말하는 소신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며 겸손한 자세를 취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황희정승의 청렴과 능력을 인정하고 정사를 거의 맡기다시피 한 세종대왕의 신임도 크게 기여했던 것 같다.

 

황희정승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화가 있지만, 많이 알려진 누렁소와 검은소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새겨 봄직하다. 황희정승이 시골길을 가다가 어떤 농부가 누렁소와 검은소를 데리고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황희정승이 농부에게 큰 소리로 “누렁소가 일을 잘 해요 아니면 검은소가 일을 잘 해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농부는 하던 일을 멈추고 논두렁으로 나와서 정승의 귀에 대고 조그만 소리로 “사실 검은 소가 일을 잘 합니다. 누렁소는 때로 꾀를 부린답니다.”라고 하였다.

 

“그 소리를 하려고 하던 일을 멈추고 나왔습니까? 논에서 말해도 될 텐데.”라고 하니 농부가 “아무리 짐승이지만 자기가 일을 못한다고 하면 얼마나 섭섭하겠습니까. 그래서 큰 소리로 하지 않고 여기 나와서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크게 깨달은 황희정승은 농부에게 큰 절을 하였고, 그가 평생 동안 남의 말을 나쁘게 하지 않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황희정승은 인간미 넘치고 능력있는 명재상이었다. 이제 그를 우리나라 국회 청문회에 세워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신상 털기를 해보자.

 

여기 언급된 내용은 이조실록에 기록된 것도 있고, 야사에 나오는 이야기도 있어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청문회는 그런 소문만 있어도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

 

황희정승은 30세까지는 고려의 관리였고, 그 후부터는 조선의 관리였으니 얼마든지 시대의 변절자로 몰아붙일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집의 노비와 간통을 했다는 소문도 있는데, 이것은 치명적인 낙마의 요건이다.

 

이뿐만 아니라 아들 중 한 명은 주정뱅이 이었는데(훗날 개과천선 했다고 함), 이것도 교육을 잘못시켰다고 얼마든지 후보자를 놀려먹을 수 있는 재미난 건수가 될 수 있다.

 

황희정승을 마지막 코너로 몰아넣을 수 있는 사건이 하나 있는데, 요즘 말로 하면 권력을 이용한 청탁사건이다.

 

황희정승의 사위인 서달이 신창현의 아전 하나를 폭행 치사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을 무마하려고 신창현이 고향인 맹사성 대감에게 부탁하여 그 고을 원님에게 압력성 청탁을 하여 합의를 종용한 일이 있었다.

 

뒤에 이것이 세종대왕에게 발각되어 황희와 맹사성이 함께 구금되고 사위는 유배되는 벌을 받았으나, 두 대감은 약 한 달 후에 복직되었고, 사위는 유배대신 돈으로 변재하고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500년 조선시대 최고의 재상이라 칭송되는 황희정승도 우리나라 국회 청문회에 세웠다면 그의 청렴과 능력은 간 곳이 없고, 위와 같은 사건으로 난도질당한 후 형편없는 저급한 인간으로 낙인찍히고 말았을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참으로 좋은 제도이다. 옥석을 가리고, 양의 탈을 쓴 늑대를 골라내는 절차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청문회는 정치적 소신과 정책에 대한 비전에 대한 질의 답변은 간 곳이 없고, 과거 상황을 현재의 잣대로 측정하며 시시콜콜한 사건을 파헤치며 고함소리만 요란하다.

 

국정의 중요 자리로 나가는 것은 개인과 가문의 큰 영광이지만 불철주야 고생해야 하는 고행의 자리이기도 하다. 청렴과 정직도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국정을 수행할 능력 또한 중요하다.

 

황희정승도 통과하지 못할 우리의 인사 청문회,

 

국가 경영을 위한 자질있는 인물이 등용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야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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