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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5 오후 7:38:38 입력 뉴스 > 이규화논설위원

[yci칼럼]이규화 논설위원
또 다른 방식의 삶



▲ 이규화 논설위원(법학박사).

산업화, 문명화된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랄까 성공의 기준은 경제적 부와 물질적 풍요, 대량소비와 편리한 삶, 건강과 장수, 명예와 권력 혹은 영향력 등일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이러한 것들을 얼마나 많이 향유하는가가 곧 성공한 삶 혹은 국가인가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이러한 삶 혹은 국가를 만드는데 이바지한 사람들은 뭇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걸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고려(考慮)들이 빠져 있습니다.

 

우선 정의(正義)의 문제입니다. 즉 개인이나 국가가 누리는 풍요와 편의가 그 자체로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를 따지기 이전에, 그것들이 타인이나 타 국가를 얼마나 배려하면서 얻어진 것이냐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어떤 개인이나 국가가 누리는 부(富)와 편의가 타인이나 타 국가의 이익 혹은 몫을 침해하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었느냐 혹은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만으로 가능했겠느냐는 문제의식입니다.

 

세금제도가 미비한 가운데 ‘대동강 물 팔아먹듯이’ 쉽게 돈을 번 사람들이나 권력을 이용해 돈을 번 사람들, 오늘날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는 대기업들, 석유/참치/산림 등 자연자원을 선점하여 돈을 번 개인이나 국가가 그 이익을 어느 정도 자신들의 몫으로 챙기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의식입니다.

 

사실 현재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신들의 부를 이루기까지 다른 나라, 다른 민족에게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안겨준 나라들입니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일본, 독일 등은 해외에 식민지를 경영하면서 식민지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면서 부를 착취했고, 미국의 백인들은 인디언들의 땅만 빼앗았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까지 모두 사라지게 했습니다. 더구나 그들은 아프리카에 살던 흑인들을 그 머나먼 미국 땅에 데려와 노예로 부리면서 엄청난 부를 쌓았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부와 풍요가 그것이 부와 풍요라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또 하나의 문제는 생태적인 관점입니다. 우리 인간이 누리는 부와 편의가 과연 자연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의식은 사실 자연파괴, 지구온난화, 멸종위기의 동식물 등 환경문제가 구체적으로 대두되기 전까지는 거의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자연은 그저 이용의 대상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러다가 20세기 후반에 들어,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결국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UN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원칙이 도출되었던 겁니다. 말하자면 자연을 이용하되 현재와 같은 물질적 편의가 미래에도 계속 가능하도록 좀 적당히 하자는 거죠.

 

얼핏 이 원칙은 옳은 것 같지만, 생태적인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오직 인간의 잣대로 자신들의 생존과 편익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죠. ‘적당히 아껴 쓰기만 하면 죽을 때까지 먹고 사는데 부족함이 없으므로 남이야 어떻게 되었든 내겐 큰 문제가 없다’는 사람의 태도와 유사하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오늘날 심층생태학(deep ecology)이라고 부르는 학문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위와 같은 환경론자들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자연과 삶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이 단지 자연에 의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 자체가 자연을 떠나 별개로 생각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결국 인간을 함부로 대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죠. 극단적으로는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는 생각 자체에 이미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삶의 목적이랄까 행복의 의미도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과연 경제적 부와 물질적 풍요, 대량소비와 편리한 삶, 건강과 장수, 명예와 권력 혹은 영향력의 확대가 곧 행복이고 성공일까 라는 것이죠.

 

오히려 자연과 타인을 배려하여 최소한 물질적 조건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간절히 경제적 부와 물질적 편의를 원하지만 어쩔 수 없어 궁핍하게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입니다.

 

물질적 풍요를 추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길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죠.

 

예컨대 부탄이나 라다크人들의 삶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의 잣대로 보면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뿐만 아니라 외부에 비치는 모습에서도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은 행복과 성공의 기준을 GNP(국민총생산)에다 둘 것이 아니라 GNH(국민총행복)에다 두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가 5천만이나 되는 한국으로서는 현재 선택의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이죠.

 

아무 생각 없이 오직 풍요롭고 편한 삶만을 위해서 말입니다. 아마 외세에 짓밟히면서, 그리고 가진 사람들로부터 설움을 받으면서 살아온 탓에 남보다 ‘잘 살아야겠다’는 恨이 한국인들의 DNA에 박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계속 이대로 가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까요? 뭔가 좀 방향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봄을 앞두고 삶의 의미와 방식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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