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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8 오후 7:29:43 입력 뉴스 > 이규화논설위원

[yci칼럼]이규화 논설위원
크리스마스 단상(斷想)



▲이규화 논설위원(법학박사).
지난주가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어릴 때 멋모르고 들떴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지 그저 하루 쉬는 날 정도로밖에는 받아들이지 않는 저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형식과 겉치레, 타성적, 선정적으로 흐르는 크리스마스 행사들에 식상해졌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쩌면 내가 이해하는 예수의 메시지와 예수의 이름을 내세우며 살아가는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의 삶이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이 위대한 인물을 잊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제가 오늘 예수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 계기는 이런 겁니다. 바로,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제 마음 속에 늘 막연한 분노 같은 것이 있어왔다는 걸 알아차리면서입니다. 이제까지는 그저 분노하기만 했지 제 마음 속에 이런 것이 있어왔다는 걸 알지 못했습니다.

 

말하자면 남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제게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몰랐던 거죠. 내 생각과 맞지 않으면 그냥 마음이 언짢아지는 겁니다. 그것이 저의 사사로운 이해와 관련되는 것이었든 공공의 정의와 관련된 것이었든 별반 차이가 없었을 겁니다.

 

영천에서 시민단체를 하며 제가 뱉어낸 역정이나 화는 한 겨울 땔감으로 써도 될 만큼 많을 겁니다.

 

KTX에서 휴대전화로 크게 통화하거나 떠드는 사람들에게는 다가가 면박을 주기도 하고, 승무원들이 플랫트폼에서 공손히 손을 모으고 승객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하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정작 해야 할 일이나 제대로 하지' 하며 마음속으로 핀잔을 주고,

 

심지어는 지하철에서 젊은이들이 계단을 이용하는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길게 줄 서는 모습에도 화를 내곤 했습니다. 지하철 출입문 입구에 서서 스마트폰에 열중해 있는 사람들에게 면박을 준 것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런 저를 알고 저의 집사람이나 누이들은 혹시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낭패를 보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했습니다. 40년 전 얘깁니다만, 촌놈이 서울에 유학 와서 장충동의 어리어리한 저택을 보며 가졌던 막연한 적개심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신당동 기숙사 앞집에 사시던 외솔 최현배 선생의 노신사 아드님에게 괜한 말로 시비를 걸었다가 낭패를 본 기억도 아직 생생합니다.

 

이제 나이가 60이 가까워 오니 좀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까요? 뭔가 이번 크리스마스는 예수가 저의 마음에 좀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계속 이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겠지요. 용서하는 마음이랄까. 용서라고 하면 마치 나는 옳고 그대는 그르지만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어, 내려놓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군요.

 

그저 화를 내는 나를 알아차리는 정도이지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좀 배운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의 생각을 잘 거둬들이지 않는다는 것일 겁니다. 아마 누구로부터 한 대 얻어맞았다면 그래도 받아들이기가 쉬울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은 잘 굽히지 않지요.

 

저도 겉으로는 유순한 것 같지만 실은 이런 관념적 ego가 매우 강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때 태권도 하는 친구한테 주먹으로 한 대 얻어맞아 코뼈가 부러졌어요.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코가 비뚤어져서 지금까지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반면에 저의 생각이나 견해가 곡해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훨씬 힘들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몇 년 전 일본에서 달라이라마를 뵌 적이 있습니다. 십여 미터 떨어진 거리였지만 뵙는 순간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그 분이 행사장에 들어오시기 직전에 티베트의 상황, 그것이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 인류에게 있어서 달라이라마의 존재의의 등 상념에 빠져 있었는데, 특유의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꺼벙하게 합장한 채로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저 가슴 밑바닥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거죠.

 

분노의 감정을 극복한 사람으로부터 받는 감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수 당시에는 그를 친견한 사람들에게 질병의 치유와 같은 많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일들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달라이라마가 서양인들에게 강조하는 말씀 가운데 하나는, 굳이 개종을 하지마라는 것입니다. 종교란 사람이 살아온 과정, 환경, 취향 등에 따라 달리 할 수 있는데, 이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말씀의 바탕에는 주요 종교들이 가르치는 바가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종교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종교를 서로 달리 하는 사람들 간의 종교적 담론이나, 종교적 사유를 담은 글의 게재도 굳이 회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남에게 종교적 도그마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라면 말입니다. 사실 이 세상을 이해함에 있어 기독교의 창조설과 불교의 연기설은 많이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창조설을 믿든, 연기법에 따르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실천적 행위들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타인, 환경, 자연에 대한 배려, 내려놓기 등을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까요?

 

크리스마스 휴일에 날이 추워 방안에 있다 보니 생각이 좀 길어졌습니다. 저의 견해에 허물이 있었다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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