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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9 오후 5:06:44 입력 뉴스 > 이규화논설위원

[yci칼럼]이규화 논설위원
몸과 마음의 귀환(歸還)



▲ 이규화 논설위원(법학박사).

지난주에는 윤희훈 위원님께서 날로 발전하는 전자기기, 인터넷, 소프트웨어에 사람들이 마음을 빼앗기면서, 이제까지 친근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퇴화하는데 대한 아쉬움을 정리하는 글을 써 주셨습니다.

 

저는 이러한 아쉬움이 단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의 넋두리나 탄식이 아니라 무언가 우리의 삶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중요한 성찰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우리의 삶이 몸과 마음을 바탕으로 타인 혹은 환경과 정서적으로 접촉하고 교감하면서 이루어지는 현실세계의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적인 것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죠.

 

오늘날 젊은이들 중에는 운동장에서 직접 야구나 축구를 하기보다 이를 인터넷게임으로 즐기는 경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지하철에서는 남녀 할 것 없이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고스톱게임에 열중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의·식·주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 외에는 삶의 대부분을 가상공간에서만 영위하려는 사람들도 생겨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어쩌면 남녀 간의 성적 관계도 가상공간에서 가상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거나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대신 갖게 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입니다.

 

저의 동창 중에는 문자메시지로 때맞춰 안부를 묻거나 전해오는 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간혹 문자를 받고 제 쪽에서 답신으로 전화를 걸거나 하면 반응이 그다지 살갑지 않아 당황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다 모임에서 만나도 서둘러 이 핑계 저 핑계로 자리를 떠버리기 때문에 마음 터놓고 얘기할 기회는 거의 가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저는 아마 오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환경이 변하고, 사람의 생각이 변하고, 삶의 모습이 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말하자면 몸도 변하고, 마음도 변하며, 이를 둘러싼 세상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변화에 적절히 적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응하지 못하면 분리·소외되어, 점차 도태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이 곧 이에 맹목적으로 순응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변화가 우리를 점차 자연과 이웃으로부터 분리·소외시킴으로써 삶을 무미건조하고 부자유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유기적 관련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욱 풍성하고 자유로운 것이 되도록 만드는 것도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존재들의 상호관계가 각자의 탐욕과 말초적 편의를 위한 착취·이용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의존 혹은 보완적 관계라는 것을 철저히 인식하는 것이 자유를 위한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이 추위와 더위, 배고픔과 질병, 야수와 타 부족의 공격 등에 시달리다가 이제 어느 정도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절을 맞아 편의와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는 것은 이해할 만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우리의 몸과 마음, 이웃, 자연을 망각하는 단계에 이르면 또 다른 고통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참 다행인 것은 오늘날 이러한 분리와 소외에 대한 반작용의 움직임들이 참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소통, 융합, 스토리텔링, 힐링, 인문학의 부활, 귀농귀촌, 자연과 생태에 대한 관심, 탈권위, 불필요한 것 버리기, 내려놓기, 몸과 마음의 일치, 몸과 느낌의 알아차림 등이 그것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복원력이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겠지요.

 

「신세계」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안톤 드보르작의 제9번 교향곡은 그가 51세의 나이에 미국 국립음악원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하여 흑인과 인디언의 음악을 접한 뒤, 여기에다 자신의 고향인 보헤미안의 감성을 결합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특히, 흑인영가풍의 음률로서 무언가에 대해 간절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4악장은 결국 Going home 이라는 가사가 붙여져 고향을 그리워하는 대표적인 고전음악이 되었습니다.

 

이 악장이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한 음악의 천재가 50이 넘은 나이에 고향을 떠나 먼 타국에서 가졌던 향수가 담겨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고향 아프리카에서 납치되어와 낮선 땅에서 고달픈 삶을 이어가야 했던 흑인들의 슬픈 영혼과 백인들에 의해 삶터와 문화를 박탈당하고 자신들의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인디언들의 애환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돌아 가고픈 진정한 고향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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