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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2 오전 8:56:06 입력 뉴스 > 이규화논설위원

[yci칼럼]이규화 논설위원
자유를 위한 선택



▲이규화 yci

       논설위원

이 세상에 태어나고 나지 않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닐지 모르지만, 일단 태어난 후에 이루어지는 삶의 내용과 방향은 매 순간 행해지는 우리의 선택과 이를 둘러싼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의식적으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어쩌면 습관적으로 은연중에 이루어지거나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을지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이 개인차원의 것일 수도 있고, 집단차원의 것일 수도 있지만 그 파급효과는 반드시 개인 혹은 집단의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한 개인의 선택이 타인 혹은 집단에 영향을 미치고, 집단의 선택이 각 개인의 삶을 좌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이 처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세상에서 내가 누리고 있는 편의나 겪고 있는 고통들은 내가 선택한 행위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인이나 집단이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선택한 무수한 행위들의 결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 차원이든 집단적 차원이든 이들 선택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편의를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인간의 속성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날 점점 치열해지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나 논쟁도 편의와 고통의 배분 혹은 분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욕구의 충돌 혹은 견해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한국, 일본,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선거에서의 주요쟁점도 따지고 보면 어떻게 하면 한편으로는 국민의 편의를 극대화하고 다른 편으로는 이를 공정하게 배분할 것인가 하는 것으로 수렴될 것이다.

 

 어쨌든 오늘날 많은 나라들에 있어서 이러한 편의와 고통의 배분이 과거처럼 적나라한 힘의 논리나 권위주의적 결정에 의해 좌우되지 아니하고, 토론이라는 정치적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쪽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편의의 확대가 반드시 우리를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편함으로써 남이 불편해진다든가, 내 고장 내 나라에 이익이 되는 일이 이웃고장 이웃나라에는 손해가 되는 경우가 지구촌 시대라는 지금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타인에게 특별한 손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물질적인 풍요와 생활의 편의 그 자체가 반드시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인식도 요즈음 점차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인간이 누리는 편의는 대개 자연을 희생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에는 이것이 인간의 생존환경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의가 반드시 우리를 행복과 자유로 이끌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삶의 희망이랄까 준거를 찾아야 할까?

 

다소 추상적일지 모르지만, 삶의 연기적 조건에 대한 깊은 성찰 혹은 알아차림을 바탕으로 하는 생명의 존중과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이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예컨대, 자연을 인간의 편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존중하는 마음이 널리 퍼진다면, 그래서 사라져가는 갯벌과 멸종위기의 철새들에 대한 관심이 좀 더 커진다면 사람들의 마음이 지금보다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하지 않을까?

 

좀 덥더라도 무조건 에어컨을 찾기보다는 선풍기나 부채로 여름을 보낸다든가, 좀 수고스럽더라도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면 훨씬 여유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펴지 않고 접은 긴 우산을 앞뒤로 마음껏 흔들어대는 대신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몸에 붙이고 걷는 생활이 습관화된다면,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의 입구를 막고 서서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대신 한 걸음씩 물러나 타고내리는 사람을 배려하는 삶이 일상화 된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자유를 위한 선택이 혁명이나 정치적 결단과 같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타인과 생명을 배려하려는 이런 작은 노력들일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아는가. 이런 생태적, 연기적 삶의 노력들을 훗날 역사가들이 신석기혁명, 산업혁명처럼 ‘생태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평가할 날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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