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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4 오전 9:45:30 입력 뉴스 > 이규화논설위원

[yci칼럼]이규화 논설위원
편견(偏見)과 정견(正見)



▲ 이규화 논설위원(법학박사).
‘편견을 버려’. 한 개그맨이 사용하면서 유행어가 되었다고 합니다만, 사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중생의 견해는 거의 편견일 경우가 많습니다.

 

말하자면 어떤 견해도 그것이 타당할 수 있는 조건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편견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휴머니즘을 앞세우는 견해도 인간과 동물이라는 차별상(相)을 벗어던져 버리고 보면 편견에 불과하고, 과학이론도 그것이 타당할 수 있는 조건을 넘어서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요즈음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아닌가가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 대학교수에 대한 평가들이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의 생각을 담은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여론조사의 지지율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아 출마를 바라는 견해도 많은 반면, 보수층을 중심으로 비판적 견해도 또한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말하자면 이쪽의 견해에서 바라보면 저쪽의 견해는 편견으로 가득한 셈이 되겠지요.

 

서로 엇갈리는 이러한 견해들을 재판관이랄까 중립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물론 기본적으로는 그 견해들이 얼마나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느냐는 점을 살펴보아야 하겠지요.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대개 사실판단의 문제라기보다는 평가자의 신념이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가치판단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그 평가가 사람의 객관적 능력뿐만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의 부합성, 성실성, 진정성, 공적 책임감 등을 얼마나 잘 고려하고 있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대 중국의 한 왕조에서 있었다고 하는 일화입니다. 백성들의 관심사 중 하나가 ‘우리 임금님은 과연 백성을 다스릴 만한 지혜와 품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지혜로운 신하가 사람을 시켜 도살장으로 끌고 가는 소를 임금이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임금님이 신하에게 ‘저 소가 왜 저리 슬피 울며 끌려가느냐’고 물었겠지요.

 

물론 신하는 ‘예 저 소는 지금 도살장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답했겠습니다. 그러자 임금님은 망설임 없이 ‘저 소를 풀어주어라’고 명령했답니다.

 

신하가 ‘그러면 고기를 어떻게 마련할까요?’ 하고 물었겠지요. 그러자 임금님은 ‘저 소 대신 양을 잡도록 하라’고 명했답니다.

 

누가 봐도 임금님의 견해는 편견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신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우리 임금님은 백성을 아끼고 나라를 다스릴 만한 덕성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까이 혹은 눈에 보이는 사물에 대한 애정이나 연민을 가진 사람이라면 진정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소 대신 양을 선택한 것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성실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겁니다.

 

말하자면 임금의 마음을 보았던 것이겠죠.

 

평생을 절에 다니며 부지런히 일하여 자식들을 성공시킨 한 할머니의 일화도 재미있습니다. 남편 먼저 보내고 텔레비전을 벗 삼아 여생을 보내고 계십니다. 즐겨보시는 프로그람 중 하나가 ‘동물의 세계’입니다.

 

어느 날 텔레비전을 켜자 화면에 어미 사자 한 마리가 배고픔에 지친 새끼들을 데리고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장면이 나옵니다.

 

젊을 때 자식들 키우며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할머니는 사자 가족에 대해 남다른 연민을 느낍니다. 그 때 저 멀리 영양 떼가 나타납니다. 어미 사자는 새끼들을 풀섶에 숨겨두고 살금살금 영양 무리를 향해 다가갑니다.

 

드디어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주가 시작됩니다. 할머니는 혹시 사자가 영양을 놓칠까봐 마음 졸이며 열심히 사자를 응원합니다. 그래서 사자가 사냥에 성공하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실패하면 내 일 같이 낙담하시겠지요.

 

일주일 후에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할머니는 텔레비전을 켭니다. 역시 ‘동물의 세계’입니다. 이번 주에는 한 무리의 영양 떼가 먼저 화면에 나타납니다.

 

어린 영양들이 졸졸 어미를 따라다니며 즐겁게 풀을 뜯는 장면이지요. 이번에도 할머니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 올립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즐겁게 뛰어놀던 모습이지요.

 

그런데 저기 풀섶에서 사자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서 영양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가슴은 그만 콩알만큼 작아져 콩닥거리기 시작합니다. ‘이를 어쩌나 빨리 도망가야 할 텐데.’ 삶과 죽음의 경주가 또 시작되었습니다.

 

할머니는 행여 영양이 사자에게 잡힐까봐 마음 졸이며 열심히 영양을 응원합니다. 그래서 영양이 도망에 성공하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사자에게 잡히면 내 일 같이 낙담하시겠지요.

 

할머니의 하루 저녁 모습만을 본 사람들은 아마 할머니가 사자나 영양 중 어느 한 쪽을 편애하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할머니의 두 저녁 모습을 모두 본 사람들은 할머니가 이랬다저랬다 변덕스럽다고 하겠지요. 하지만 할머니의 삶과 마음을 잘 헤아리는 사람은 그 진정성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할머니의 견해에 반드시 찬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소개한 왕의 견해에 찬동하는 것도 물론 아니지요.

 

어차피 중생의 견해는 자신의 카르마(業)라 할까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편견이라는 점을 이해하고자 하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견해의 전후 맥락을 잘 분간하여 그 진정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정견(正見)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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