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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6 오전 9:56:46 입력 뉴스 > 이규화논설위원

[yci칼럼]이규화 논설위원
승단의 일탈과 한국불교



▲ 이규화 논설위원(법학박사).
사람의 정신이 혼미해지면 행동이 흐트러지는 것처럼, 불가(佛家)에도 법(法)이 흐려지면서 여기저기 삿된 일들이 나타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防其源(방기원)이라, 현명한 이들은 문제의 근원을 찾아 바로 세우려 들 것이나(顯正), 어리석은 이들은 서로 비난하거나 변명하는 일(破邪)에 몰두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문제된 것과 같은 승려의 일탈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이런 일들이 계율의 부족함이나 승적(僧籍)관리의 미숙함 때문에 일어난다고 보는 것은 문제의 근원을 모르는 말씀이다.

 

오욕락(五欲樂)에 꺼둘리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정(性情). 다만 이것이 궁극적 행복이 아니라 문제의 근원임을 알기에 기꺼이 수행자가 되어 승단의 계율에 자신을 맡기는 것일 게다. 하지만 자꾸 뒤돌아보아지는 것을 어떡하랴. 그 달콤한 일탈(逸脫)의 맛이라니!

 

비록 발심(發心)은 했지만 유혹은 항상 있는 법. 그래서 계율의 부족함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왜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아니하고, 승적이 여법하게 관리되지 않는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불교에서 출가자들로 하여금 이렇게 다시 오욕락을 찾게 만드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좀 더 근본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황적인 것이다.

 

근본적인 요인은 한국의 수행자들이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를 모르는 상황에 빠져버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방향성과 목표 없이 그저 불조(佛祖)의 권위를 들먹이며 불교의 외관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치열한 구도의 정신은 이미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이 아닐까? ‘이미지 불교’라고나 불러야 할까.

 

승려들의 일탈을 초래한 상황적 요인은 아마 한국불교의 수행환경이 지나치게 돈으로 오염되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절에 눈 없는 돈이 넘쳐나는데 어찌 일탈을 꿈꾸지 않을 수 있으랴!

 

어쩌면 지금 우리 앞에 허물어진 모습으로 나타난 수행자들 중에는 처음부터 수행자가 아닌 이들도 있을 것이다. 현실을 도피해서 적당히 편안한 삶을 누리기 위해 그저 수행자의 외관을 갖추고 있는 사기꾼들인지도.

 

이런 상황을 두고 혹자는 불교의 위기를 말하나, 천만의 말씀. 붓다의 발심이 궁궐 안의 풍요와 질펀한 욕망의 실상에 대한 처절한 자각으로부터 비롯되었듯이, 물질적으로 지나치게 풍요로워진 삶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점 커져가는 지금 이 시대야말로 붓다의 가르침이 대중들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호기일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문제의식이 서양철학의 자각과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성과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지 아니한가?

 

이제 출가, 재가를 엄격히 구분할 이유와 명분도 그리 뚜렷하지 아니하다고 본다. 다양한 선택의 자유가 인정되는 가운데, 누가 좀 더 생태(生態)적이고 연기(緣起)적인 삶을 통해 스스로의 자유를 찾아가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 사회를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만드는데 이바지하는가에 따라 저절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굳이 출가제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승가는 이제 초발심(初發心)으로 돌아가 수행에 전념하고, 사찰재정의 관리라는 번쇄한 업무는 재가의 전문가에게 맡겨 이를 투명하게 유지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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